무려 54일이었다. 중부지방 기준 365일 중 54일간 비가 내렸다. 일년 중 약1/7의 기간 동안 대한민국에 비가 내린 것이다. 그것도 폭우형태로. 그래서인지 이번 장마, 아무래도 예사롭지 않다고 느낀 사람들이 많다.
중국과 일본 역시 폭우로 많은 지역이 물에 잠겼고 중국의 경우 싼사댐의 붕괴가 연일 뉴스를 통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싼사댐의 수위가 위태로운 상태이며 태풍마저 예상되어 있어 위기에 위기가 더해지고 있다. 중국에 내린 비가 만약 우리나라에 왔다면 우리는 전 국민이 수재민이 되었을 것이다.
8일은 날은 우리의 길거리 피켓팅날이었다. 그런데 그간 줄기차게 내린 비로 전주의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 고민 끝에 우리는 온라인 행동으로 기후위기를 알리기로 했다.
기후위기 전북비상행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북녹색연합 김지은 사무국장이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입니다'라는 슬로건을 만들었고 이는 생각보다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어 온라인상에서 순식간에 퍼져갔다. 각종 매체에서 이 슬로건을 가지고 기사거리를 쏟아냈고 김지은 사무국장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릴 수 있었다.
그런데 모든 걸 삼킬 것 같던 장마가 끝난 지금 연이어 폭염이 계속된다. 그리고 며칠 새 우리나라에도 거대한 태풍이 온다하니 2020년은 어느 댓글처럼 여러모로 재앙이 겹치는 해로 기록될 듯하다.
지구적으로 봤을 때 여러 곳에서도 재앙수준의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3일간 일만 번이 넘는 마른번개가 내리쳐 극도로 건조하던 지역에 산불을 일으켰고 이 불은 이미 서울 면적의 7배를 불태웠다. 마치 몇 달간 지속하던 호주 산불의 악몽이 재연되는 듯 캘리포니아의 대형 산불은 쉽사리 진압도 되지 않을듯하다.
코로나 사태로 경제가 잠시 주춤한 듯 보였지만 사실상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이 기후위기 대응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하였다. 탄소배출이 약간 줄었다 해도 전체적으로는 증가를 보였으며 중요한 것은 지금의 현상은20~30년 전에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함이라는 것이다. 오늘 날 우리가 배출한 탄소는 우리의 20~30년 후의 미래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러니 오늘 당장 탄소배출을 0으로 만든다 해도 재난적 자연현상은 계속 심화될 것이다. 한번 배출된 탄소는 수십 년에서 수천 년 동안 대기 중에 남기 때문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가장 큰 위기는 바로 사람들의 무관심이었다. 그렇지만 올해는 길고도 길었던 장마 덕에 사람들이 새롭게 각성을 하는 해가 될지도 모르겠다. 마치 영화 ‘매트리스’의 주인공처럼 말이다.

◀ 글쓴이와 두 딸
[글쓴이 방선영]은 결혼 후 세상을 다시 보게 된 여자, 셋이 되어 도시를 떠나 자연을 벗 삼은 여자, 넷이 되어 예쁜 손보다 흙 만진 손이 더 좋아진 여자. 6년째 완주군 동상에 살며 [기후위기 전북비상행동]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방선영의 ‘불타는 지구 그리고 개구리’]라는 제목 아래 기후위기 및 사회현안 문제를 한 달에 한두 번씩 쓸 예정입니다. 여기서 개구리는 끓는 냄비 안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개구리 얘기에서 따온 것으로, 불타는 지구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우리들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