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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옛터는 민요일까?


... 문수현 (2014-02-07 17:15:17)

김익두 전북대학교 교수(국어국문학과)가 제11대 한국민요학회장에 취임해 앞으로 2년 간 임기를 수행하게 됐다.

김 교수는 지난달 서울 예술가의 집에서 개최된 한국민요학회 정기총회에서 회원 다수의 지지를 받아 신임 회장에 선출됐다.

한국민요학회는 소멸돼 가는 민족문화 유산인 민요를 조사·연구하고 학문적 체계를 세워나가는 이 분야 국내 최대 학회로 1989년 창립돼 총 39집의 학회지를 발간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해오고 있는 학회다.

김익두 교수는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인 민요에 대한 관심이 적어지고 점차 소멸돼 가고 있는 현실에서 다양한 방안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며 “임기를 수행하면서 한국민요학의 이론적 토대를 수립하고 정체성과 가능성을 탐구하는 등 우리 민요의 영역 확장과 현대적 활성화에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김익두 교수는 1994년 전북대에 부임해 한국공연문화학회 회장, 한국풍물굿학회 회장 등을 거쳐 현재 판소리학회 부회장으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09년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 초빙돼 현지 학생들에게 판소리, 민요 등 한국 전통 공연예술을 강의하는 등 우리문화의 해외 전파에도 역할을 해왔다.

민요 분야에 대한 지대한 관심으로 『한국민요의 민족음악학적 연구』등의 저서를 펴냈으며, 최근에는 본인의 주요 전공 분야인 ‘공연학’ 분야를 집대성한 역서 『한국 민족공연학』을 출간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전화를 통해 김익두 교수의 얘기를 들어봤다.



문) 민요에 대한 관심이 적어지고 소멸되어 간다고 하셨습니다.

김) 민요를 구분할 때 보통 두 가지로 하는 경우가 있는데, 하나는 토속(향토) 민요이고 다른 하나는 통속민요입니다. 이중 대중화된 민요는 통속민요라 해서 지금도 많이 부르죠. 노들강변이나 창부타령, 육자배기, 수심가 같은 것들입니다. 하지만 실제 민요가 전승되는 농어촌현장에서 농어민들이 부르는 민요는 토속민요라 하는데 그건 거의 다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문) 우리 민요의 영역 확장이란 어떤 의미입니까?

김) 토속민요가 사라져가다 보니까 현대적인 활력을 많이 잃고 있어요. 토속민요만큼은 그렇습니다. 그래서, 민요의 범위를 확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꼭 농어촌현장에서 농어민이 직접 부르는 것만 민요라 생각지 말자는 겁니다. 대중가요들 중에도 오늘날 우리나라 서민들이면 누구나 두루 다 알고 민요처럼 부르는 게 있거든요. 민요 비슷하게 대중화된 노래도 다룰 수 있다고 봅니다. 민요의 범위를 넓혀 연구하면 오늘날 현실에 맞을 수도 있는 연구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문) 어떤 곡을 예로 들 수 있을까요?

김) 일제강점기에 우리민족의 정서, 한을 달래주던 대중가요 중 황성옛터를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그건 옛날 토속민요처럼 전통농어촌의 농어민이 만들어 부른 노래는 아닐지라도, 그와 비슷할 정도로 민요적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민요의 범위를 넓혀 연구하면 그런 노래들도 민요학의 연구대상이 될 거라는 생각이에요. 대중가요의 일부도 민요학에서 다룰 수 있고, 또 대중 공연예술의 다른 분야들도 연결된 걸 다룰 수 있게 되면 민요연구가 현대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다고 봅니다. 또 최근 민요연구는 아니지만 제 대중가요 연구 중에서 조용필 연구를 한 책이 있습니다(『조용필의 음악세계 : 상아탑에서 본 국민가수』, 평민사, 2010). K-Pop에 대한 연구도 있고요. 민요라는 걸 염두에 두고 연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연구들도 민요연구의 현대적 활성화라는 면에서 참고가 될 수 있겠습니다.

문) ‘현대적 활성화’에 대해서도 부연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김) 토속민요의 경우 현장에서야 전승이 약화되고 사라져가고 있지만, 민요가 담고 있는 민족적 정서라든가 지역적 공통정서 이런 것들은 오늘날의 대중가요 같은 대중음악에도 충분히 활용할 가치가 있어요. 그런 정서를 대중음악이나 대중예술 같은 오늘날의 여러 공연예술분야에도 활용할 방안을 찾아볼 연구도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문) 교수님 저작 중 교사나 학생, 청소년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 있다면...

김) 전북의 선생님들, 교육계에 있는 분들에게 2012년에 낸 『한국민요의 민족음악학적 연구』(민속원, 2012)를 권하고 싶어요. 부제가 ‘전북민요의 경우’인데요, 전북민요를 오랫동안 연구한 결과를 종합한 책입니다. 교육현장의 선생님들께 우리 민요 교육에 참고가 될 것 같아요. 다음으로 학생들에게는 『한국 신화 이야기』(지식산업사, 2012)를 추천하고 싶어요. 세계 어느 나라든지 자기민족의 신화를 토대로 민족의 문화가 융성하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 학생들이 우리 민족의 신화를 읽을 기회가 적은 것 같아요. 교재들로 나오지 않고 하니까요. 그런 면에서 우리민족 신화를 어릴 때부터 관심 두고 교육받을 수 있는 책이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