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LOGO
최종편집: 2025-05-12 09:57:27

교사 ‘식칼 체벌’에 학생 4cm 꿰매


... 문수현 (2014-12-08 17:23:08)

익산의 한 고등학교 교무실에서 교사가 학생들을 식칼로 체벌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전북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가 설립 이후 첫 직권조사를 벌였고, 학생인권심의위원회는 교육감에게 해당교사를 고발하라고 권고했다.

지난 10월 27일 4시께, 이 학교 2학년 학생 4명이 8교시 자율학습 시간에 바둑을 두었다는 이유로 교무실에 불려갔다. 그때 교무실에서 25cm 길이의 식칼로 감을 깎고 있던 C교사(48세)가 학생들의 왼쪽 팔을 칼등으로 두 대씩 때리고, 이어 칼의 방향을 돌려 칼날로 엉덩이 아래쪽 왼쪽 허벅지를 다시 두 대씩 때렸다.

이 과정에서 A학생은 바지를 찢고 들어온 칼에 오른쪽 허벅지가 4cm쯤 베이는 상처를 입어 피가 흘렀고, 병원에서 다섯 바늘을 꿰매는 치료를 받았다. 다른 두 학생은 팔과 허벅지에 멍이 들었고, 또 다른 한 학생은 허벅지가 긁히는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

교무실에서 현장을 목격한 다른 교사가 있었고, 보건교사는 A학생을 치료했다. 학생들의 담임교사는 두 시간 뒤 상황을 전달받았다. 하지만 아무도 학교장에게 사태를 보고하지는 않았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조사를 위해 다음날 오후 학교에 연락한 뒤에야 학교장도 사태에 대해 알게 됐다.

전북교육청 소속기관인 학생인권교육센터(센터장 강은옥 인권옹호관)는 30일 한 지방일간지를 통해 사건을 인지하고 11월 3일부터 직권조사에 나섰다. 중대하고 심각한 학생인권침해 사건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조사 결과는 전북학생인권조례에 따라 설치된 학생인권심의위원회(위원장 송기춘)에 상정됐고, 심의위윈회는 전북교육감에게 C교사를 징계하고 관련기관에 고발조치하라고 권고했다. 사태를 알고도 학교장에게 알리지 않은 세 명의 교사에게는 경고조치를 권고했다.

조사 과정에서 교사들은 “장난 식으로 하는 것이어서 말려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거나 “학교폭력 관련 상담을 기록하면서, ‘장난’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장난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등 체벌과 장난을 구별하지 못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학생인권심의위윈회 송기춘 위원장. 8일 전북교육청 기자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심의위원회는 또한 전북 각급 학교에 대해 체벌에 대한 인권감수성 향상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심의위는 해당학교장에게는 교사, 학생 등 학교구성원들에게 체벌에 대한 인권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심의위원회는 8일 C교사 등에게 발송한 결정문에서 “학교에서 교사가 칼을 사용해 학생들을 체벌하고, 이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상해를 입힌 것은, 신체의 자유 및 인격권을 침해한 중대하고 심각한 행위이고, 이 같은 인권침해가 발생했음에도 학교장에게 신속하게 보고하지 않은 것은 학생들의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교사와 학생 등 학교구성원들의 체벌에 대한 낮은 인권감수성에서 비롯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C교사는 평소에도 ‘3종 세트’라고 불리는 보일러용 엑스엘(XL)파이프로 된 체벌도구를 두께별로 3개를 가지고 있었고, 학생들을 의자 위에 뒤로 무릎 꿇리고 발바닥을 때려온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C교사는 학생인권교육센터 조사과정에서, 체벌이 있은 날 저녁에 칼을 기억나지 않는 장소에 버렸다고 말했고, 과일 깎던 용도이므로 식칼이 아니라 과도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3종 세트’ 체벌은 지난 3~4월 이후로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른 한편, 피해학생과 학부모는 C교사에 대한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에 참여했고, 학교는 11월 3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 ‘서면사과’ 처분을 내렸지만 징계는 하지 않았다. C교사는 이 학교에서 학년부장을 맡고 있으며, 현재 학교에서 수업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제정된 전북학생인권조례는 ‘학교교육과정에서 체벌은 금지된다’고 명시하고 있고, 해당학교 학교생활규정도 “지벌(知罰)이나 봉사활동 같은 덕벌(德罰)은 가능하지만, 체벌은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식칼 체벌 당시를 재연하고 있는 학생인권교육센터 조사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