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쁜나라 관람기]
/ 새벽바다 지하잡학덕후(이리여고 교사 고영주)
이제는 대학생이 된 두 명의 제자와 함께 <나쁜 나라> 개봉 첫날 극장을 찾았다(사진=영화의 한 장면).
한 친구는 보건계열, 다른 친구는 인문계열로 진학했다. 인문계열에 진학했던 친구는 평소 세월호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었는데, 그 친구에게 이 영화는 어쩌면 많은 것을 얘기해주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영화 본 후 별 이야기가 없었으니.
나도 그 친구와 비슷했는데, 내 느낌으로 영화는 다소 머뭇거리는 듯, 그래서 화가 나는 것을 속으로 삭이는 듯 보였다.
또 한편으로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박대통령에게 애원하는 모습이 안타깝고 또 억울했다. ‘우리가 나라의 주인인데 우리는 박대통령을 처벌할 수 없는가?’라고 생각하며 영화 보는 내내 불편했다.
하지만 보건계열에 간 한 친구는 많은 것을 느꼈는지 밤늦게 카톡을 보내왔다.
“전 오늘 참 부끄럽더이다. 많은 부분에서 모르는 게 많아서. 제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들킨 것 같아서. 그리고 영화 보는 내내 제가 나쁜 나라에 사는 나쁜 사람인 것 같아서. 한없이 부끄러워지더군요.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이 제일 가치 있는 존재라는 생각만큼은 가지고 살아 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좋은 사람이고 싶었는데, ‘제가 진짜 나쁜 사람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자의 고백이 이어졌다.
“저는 ‘이 나쁜 나라에 생각보다 많이 물들어 있고 찌들어있었구나. 더 발버둥치지 않았구나 (생각했어요).’ 언제부턴가 제가 이렇게 정장 차려입고 ‘어머 저건 아니지’라고 말만 하는, 아니 어쩌면 외면해버리는 ‘고급진’ 부류의 사모님이 되어버린 건지도 모르겠네요. 많이 부끄러운 밤이라서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드네요. 선생님 만나면서 드는 생각이지만 오늘도 고여 있는 물(을) 바가지로 박박 퍼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밤 X 같은 나라에서 안녕히 주무시길.”
그간 관심이 없었던 이 친구에게는 <나쁜 나라>가 좋은 각성제가 될 수 있었다.
지난 토요일 민중총궐기에 오신 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여기 모인 사람들끼리 뭉치는 것으론 부족하다”고.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야 한다”고.
<나쁜 나라>는 아직 뭉치지 않은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할 영화다. 이 나라가 X 같은 나라임을 깨닫게 해주니까.
ps. 그리고 나는 정말 푹 잘 것이다. 또 아늑하게 잘 것이다. 그래야 내일도 싸울 수 있으니까. 그래야 나쁜 나라를 좋은 나라로 바꿀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