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위기 관련 책을 읽다보면 두 가지의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시간이 없다. 정말로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전 세계 사람들이 동시에 말기 암 선고를 받은 것과 같다.
기후위기라는 ‘악성종양’은 지구라는 우리 몸 곳곳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으며 이것이 진행될수록 느끼게 될 고통은 말로 할 수 없이 지독할 것이다.
그런데 참 안타깝게도 우리는 스스로 치료약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냥 암이 곳곳에 퍼지게 놔두고 있다.
그리고 생각한다. ‘내일도 우리는 오늘과 같은 삶을 살 수 있을 거야’라고 말이다.

두 번째는 그럼에도 끝까지 행동해야한다는 것이다.
여전히 사람들은 생각할 것이다. ‘코로나만 지나가면 다시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떠나자, 뉴욕의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소고기 스테이크를 먹어야겠어’라고 말이다.
기업들도 생각할 것이다. ‘코로나와 같은 상황에 맞게 비대면 방식의 상품들을 만들어 내야해’라고 말이다.
정부는 기후위기가 다른 방식의 경제성장의 기회인 듯 ‘그린뉴딜’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만 주력하고 있다. 모두 앙꼬 없는 찐빵들뿐이다.
지구가 우리에게 준 유효기간이 다 끝났는지도 모른다. 일부 학자들은 이미 우리가 저승길로 가는 다리를 건넜을 거라고 말한다.
그저 남은 시간을 가족들과 함께 보내라고 말이다. 그럼에도 두 아이를 키우는 나는 우울감에만 빠져있을 순 없다.
이미 우리의 앞 세대가 이 문제를 외면했다. 정확히 말하면 초기에 종양을 발견했지만 화석연료 기업들과 정부들은 교묘히 시민단체와 환경단체의 활동을 방해함으로써 ‘지구온난화’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는 것을 방해했고 대부분의 사람들도 경제를 더 우선시했다.
그 때 치료를 시작했다면 더 쉬웠을 텐데 말이다. 그런데 우리 역시도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앞 세대랑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는 ‘당사자’임에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9월 25일은 ‘Global Day Of Action For Climate Justice’(기후정의를 위한 전 지구적 행동)의 날이었다. 청소년들이 주체가 되었으며 이를 위해 학교나 직장을 빠지고 참여함으로써 행동하지 않는 어른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위함이다.
많은 나라들이 동참하였고 우리나라 역시 곳곳에서 이에 동참하기 위해 피켓을 들었다. 내가 속한 기후위기 전북비상행동에서도 이에 동참하기 위해 어제(25일) 도청 앞에서 코로나로 인해 참여하지 못한 이들이 보낸 584켤레의 신발을 전시하며 우리의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우리는 2025년 탄소배출 제로를 요구한다. (여느 자료에서 보면 탄소제로가 아닌 대기 중의 탄소를 수집해 오히려 마이너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소비를 조장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지금의 모든 개발을 중지하길 요구한다. 우리는 기후위기를 최우선시하여 구체적인 정책이 만들어지길 요구한다. 말뿐인 탄소감축 제로로는 그 누구도 구할 수 없다.
시간이 없다. 아니 사실 시간을 다 썼을지도 모른다. 더 이상 재앙은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재앙에 대비해야한다. 홍수에 대비해야하고 태풍과 가뭄, 혹한, 폭염, 질병, 식량난, 폭동, 전쟁 등에 대비해야한다. 정말 시간이 없다.

◀ 글쓴이와 두 딸
[글쓴이 방선영]은 결혼 후 세상을 다시 보게 된 여자, 셋이 되어 도시를 떠나 자연을 벗 삼은 여자, 넷이 되어 예쁜 손보다 흙 만진 손이 더 좋아진 여자. 6년째 완주군 동상에 살며 [기후위기 전북비상행동]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방선영의 ‘불타는 지구 그리고 개구리’]라는 제목 아래 기후위기 및 사회현안 문제를 한 달에 한두 번씩 쓸 예정입니다. 여기서 개구리는 끓는 냄비 안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개구리 얘기에서 따온 것으로, 불타는 지구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우리들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