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부설 전북지역교육연구소(소장 이미영·이하 교육연구소)가 지난 6~12일 사이 전주시와 익산시의 동지역 소재 12개 중학교 교사 28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점으로 교사 54.4%가 ‘과밀학급(거대학교)’를 꼽았다.
인구비례 과밀학급 정도가 낮을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도내 현직 교사들은 중학교의 과밀학급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통계다.
실제로 전주시에서 학급당 학생 수가 35명 이상인 과밀학급 문제를 안고 있는 학교 수는 15개교로 전체의 39.5%에 이른다. 학급당 학생 수 34명 이상인 학교를 추리면 21개교로 55.3%나 된다.
교사들이 과밀학급 다음으로 지적한 문제는 ‘과다한 공문’(25.4%)이었다.
이어 교사들이 학생 생활지도에서 가장 시급히 개선할 점으로 지적한 것으로는 ‘학부모의 인식 개선 및 소통 부족’이 32.8%로 가장 많았고, ‘담임교사의 상담시간 부족’(24.7%), ‘전문상담교사 또는 전문상담사 부족’(20.2%)이 뒤를 이었다.
교육연구소는 이에 대해 “담임교사의 상담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주고, 학생과의 긴밀한 상담과 소통이 필요하며, 전문상담교사 및 전문상담사의 보강으로 보다 전문적인 학생 상담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게 교훈”이라고 밝혔다.
교사들은 규모가 큰 도시 중학교의 운동시설 부족 문제도 지적했다. 인권친화적인 학교를 위해 가장 필요한 시설을 묻는 질문에 ‘운동장 및 체육시설’(23.8%)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화장실 개선 및 증설’(17.2%), ‘학생회의실 및 휴게실 확보’(14.1%)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중학교 진로교육과 자유학기제 전면 실시를 앞두고 먼저 요구되는 사항을 묻는 설문에는 ‘다양한 진로 프로그램 개발 및 보급’(48.4%), ‘학교와 지역사회와의 네트워크 형성’(20.6%)이라 응답했다.
교사들은 이어 도내 중학교에 시급한 ‘기초학력 신장 방안’을 묻는 문항에서 ‘사고력 증진을 위한 독서·체험활동 강화’(40.4%), ‘기초학력 지도 프로그램 개발 및 보급’(22.6%), ‘교육청 기초학력 클리닉센터 운영 확대 및 내실화’(19.2%), ‘초·중등 연계 기초학력 지도 실시’(11.8%) 등으로 응답했다.
전북지역교육연구소 이미영 소장은 이번 설문과 관련해 “전주·익산·군산 등 시내 중학교의 핵심 문제는 과밀학급”이라며 “과밀학급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학생생활지도나 학생인권을 이야기한다는 건 피상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전북 소재 중학교에 과밀학급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는 일부의 인식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도시지역 특히 전주시 소재 중학교의 과밀학급과 농촌지역의 과소학급은 극과 극이어서, 도농 평균치로 학급당 학생 수를 내는 방식은 도시 중학교의 심각한 과밀학급 문제를 은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