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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예산, 갈등 깊어가는 전북


... 문수현 (2015-06-16 23:38:56)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둘러싼 전북지역의 갈등의 골이 깊어가고 있다.

진보교육감 지키기에 집중하고 있는 교육•시민단체들이 김승환 교육감에 대한 ‘묻지 마 지지’를 보내는 가운데, 어린이집 종사자들과 일부 교육단체가 전북교육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전북도의회와 전북교육청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이전에 비해 진보교육감 친화적 성향의 의원들로 구성된 도의회 교육위원회가 김 교육감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도의원들은 도교육청과 김 교육감의 ‘의회 경시’가 도를 넘어섰다고 보고 있다. 주먹구구식 예산 편성도 고질적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가운데 시민•사회 진영도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16일 전북교육자치시민연대는 논평을 발표해, 전북지역 누리과정 보육대란을 해결하기 위한 김승환 교육감의 결단을 재차 촉구했다.

시민연대는 논평에서 “전북교육청은 이번 추경예산에 누리과정 예산을 단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다”며 “국회의원과 도의회의장을 비롯한 도의회, 지역 정치권 등이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섰지만 전북교육청은 도민들의 바람과 사회적 요구를 따르지 않은 채 또 다시 독선적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시민연대는 특히 “이미 지방채 발행을 통해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기로 한 16개 시·도교육감들은 아이들이 피해를 보는 극단적인 상황을 막기 위해 차선적인 결정을 한 것”이라며 “전북교육청만이 대화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법 운운하면서 교육감의 불통과 왜곡된 소신만을 내세우며 우리 아이들을 궁지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이어 “정부가 지방교육예산 교부금 산정기준에서 학급 수의 비중을 축소하고 학생 수의 비중을 높이게 되면 가뜩이나 농어촌지역 소규모 학교가 많은 전북 입장에서는 더욱 더 지방교육재정 악화가 우려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전북교육청이 더 이상 누리과정 예산편성 문제로 민-관, 민-민의 내부분열을 조장하며 교육과 돌봄에 신경을 써야 할 어린이집 종사자들은 물론 관련 학부모들과 힘겨루기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날 전국 50개 시민•사회단체들의 협의체인 ‘교육재정파탄극복과 교육재정확대 국민운동본부’ 관계자들은 전북도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누리과정 예산은 정부가 부담해야 할 몫인데, 전북도의회가 전북교육청에게 이를 편성하라는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도의회를 압박했다.

지난 주 전북도의회는 도교육청이 제출한 제1회 추경예산안에 대한 심사를 보류한 바 있다. 목적예비비 202억 원의 용처가 불투명하고, 전북도청이 건네기로 한 법정전입금 184억 원을 세입으로 잡지 않는 등 ‘상식 밖의 예산’을 제출했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도의회 의원들은 전북교육청이 어떻게든 누리예산 편성을 회피하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도교육청과의 협력을 강조해 온 양용모 교육위원장조차 김승환 교육감이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서 전북도의회는 지난 3월 전북교육청 본예산을 심의하면서 ‘불요불급하다고 판단한’ 800억여 원을 삭감했고, 이 삭감액을 추경예산에서 누리과정예산으로 편성하도록 유도한 바 있다. 이후 지역 정치권과 전북도 등을 설득하는 등 누리대란을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도교육청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전북교육청은 오히려 378억 원의 학교용지부담금 협의에 소극적인 데다, 전북도가 건네주겠다는 184억 원의 법정전입금마저 세입에 계상하지 않는 등 ‘누리예산 편성 불가’ 태도를 고수하면서, 전북도의회의 누리과정 예산 해결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전북교육청은 특히 기초학력향상 지원비, 각종 학교시설 공사비, 전교조 사무실 이전비, 계약직 노동자 처우개선비 등 900억 원이 는 추경예산안을 제출해 의회를 자극했다. 최근엔 김승환 교육감이 의회 심의과정에서, 의원들의 읍소에 “돈이 없다”고 잘라 말해 “불통과 오만” 이미지를 자랑했다.

한편, 16일 김승환 교육감이 의회의 출석 요구를 거절하면서, 의회가 전북교육청 추경예산안을 17일 부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의회는 앞서 김 교육감에게 ‘부실 추경’에 대해 도민에게 사과하고 수정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었다.

의회가 추경예산안을 부결시키면 도교육청은 예산안을 다시 짜야 하고, 다음 심사는 이르면 7월 정례회에서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