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지난 9월,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호법, 기간제법, 파견법 등 5개 법률 개정안을 ‘노동시장 선진화법’이라는 이름으로 발의했다. 정부는 이 5대 입법을 연내에 처리해야 한다며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정부의 노동개혁안을 ‘노동개악’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밀어붙이려는 노동 관련법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국민에게 오히려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무엇이 어떻게 바뀌고 그 문제점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이번 입법안의 핵심은 일반해고 요건 완화다. 일반해고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근로기준법 23조에 대한 공격이다. 근로기준법 23조는 회사가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는 방법을 '징계해고'와 '정리해고' 두 가지로 제한하고 있다. 징계해고는 근로자가 횡령 등 개인적인 비리나 심각한 법규 위반을 저질렀을 경우 해고할 수 있도록 한 것이고, 정리해고는 기업의 경영사정이 극도로 악화됐을 때 근로자의 대규모 해고를 가능케 한 것이다.
일반해고는 이와 달리 저성과자나 근무태도 불량, 화합저해 등 구실로 직원을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앞으로 법과 판례를 바탕으로 가이드라인(행정지침)을 만든 후 법제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사용자의 자의적 평가에 따른 노동자 해고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효과는 자명하다. 부당한 업무 지시나 직장 내 부조리에 항의하기가 더 어려워지게 된다.
다음으로, 취업규칙 변경 요건이 완화된다. 취업규칙은 채용, 인사, 해고, 임금, 근로조건 등과 관련된 사규를 말한다. 현재는 노동자 과반수나 노동조합의 동의가 있어야 변경이 가능한데, 정부안대로라면 앞으론 노동자의 동의 없이도 변경이 가능해진다. 그 결과 월급, 노동조건, 노동시간 등 직장 내 모든 문제에서 사용자의 전횡이 더욱 강화되리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정부안대로 비정규직법이 개정되면 비정규직이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법 개정안은 기간제 비정규직의 기한을 현행 최장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용기간 연장이라는 일종의 ‘면죄부’를 받는 셈이다. 정규직을 채용할 필요도 더욱 적어진다.
또한 현재 32개로 제한돼 있는 파견허용 업종을 55세 이상 노동자와 전문직에 대해서 전면 허용하는 파견 확대가 추진된다. 노동자 10명 중 4명을 새롭게 파견노동 대상에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그 동안에도 파견 근로자가 비정규직 양산과 노동조건 악화의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정당성을 청년실업 문제로 선전하고 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은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청년들의 고용절벽이 눈앞에 다가왔다”며 “올해 5대 입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돌파구가 없다”고 밝혔다. 또 “노동개혁 5대 입법이 이뤄진다면 청년일자리가 늘어나고 비정규직 규모가 줄어들며, 양극화도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이 이미 너무나 유연화되어 있어서, 불안정한 저임금 일자리밖에는 없다는 점이다. 재벌들이 이윤을 얻어도, 좋은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고 있다. 이런 구조를 바꾸지 않고 노동자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드는 노동개혁은 사기극일 뿐이라는 게 노동계의 시각이다. 실제로 정부는 청년고용의 책임을 기업의 ‘선의’와 ‘자율’에 맡기고, ‘펀드 조성’, ‘제반 조치 강구’, ‘적극 노력’ 등 공수표만 남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정부가 이 같은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밀어붙이는 것은 한국 경제가 세계 경제와 함께 장기적인 저성장 시대에 진입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은 “세계경제 자체가 불황이고, 한국경제가 꽤 오랜 기간 저성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1997년만큼 급격하게 위기가 발생하는 건 아닐 수도 있겠지만, 더 오랜 기간 경제위기가 저강도로, 그리고 노동자들에게 지속적으로 가혹하게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한 실장은 또 “이번 노동시장 구조개혁에서 일반해고가 가장 중요하게 다뤄진 건 정규직의 과잉 안정성 탓에 청년 고용이 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이제 대기업 정규직도 저임금 고용불안에 동참해야만 사업주들이 이윤을 낼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