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육청은 19일 오후 교육공무원 일반징계위원회를 열어 미복귀 노조전임자 3명 중 전교조 전북지부 김재균 정책실장과 본부 노병권 사무처장에 대한 직권면직을 의결했다.
징계위는 오후2시에 시작됐지만 의결은 오후8시가 넘어서야 이뤄졌다. 전임자들은 지난 1,2차 때와 마찬가지로 징계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참석을 거부했다.
징계위가 직권면직을 의결함에 따라 조만간 인사위원회가 열리게 되고, 이후 교육감의 최종 결정이 내려진다. 이에 따라 도교육청의 동향을 살피던 사립 신흥학원도 전교조 전북지부 윤성호 지부장에 대한 직권면직 의결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의결은 징계위가 노조전임자들에 대한 직권면직에 ‘동의’한 차원이기 때문에 최종 징계가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다. 하지만 인사위원회와 교육감 결재는 형식적인 절차일 뿐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게다가 교육부의 엄포에 굴복한 김승환 교육감의 요청으로 징계위가 열렸고, 김 교육감이 “교육부가 요구한 후속절차 중 직권면직만 수용할 수 있다”고 발언했던 점을 볼 때, 이번 징계위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하다.
김 교육감은 징계위가 열린 19일 연가를 얻어 집무를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그날 저녁엔 모처에서 교육청 출입기자들과 만나 저녁식사를 하며 노조전임자 해고에 나설 수밖에 없는 사정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김 교육감은 “(법률 자문을 받아 보니) 교육부의 직권면직 요구를 거부하려면 교육감직을 걸어야 한다”며 전임자들을 보호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해직 이후 상황을 봐서 복직이 가능하도록 손을 써볼 수는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교육감은 또 “여소야대인 20대 국회에서 야당이 교원노조법 제2조 개정을 위해 노력하고 국제노동기구에도 제소해야 한다”며 정치권에 공을 넘기기도 했다.
반면 교사신분을 걸고 교육부 요구에 저항해온 노조전임자들은 징계위 의결에 크게 반발했다. 교육청사 밖에 있던 농성장도 이날 밤 도교육청 1층 로비로 옮겼다.

(▲전북교육청이 19일 징계위를 열어 전교조 노조전임자 2명에 대한 직권면직을 의결하자 전교조 전북지부와 민주주의와 전교조 지키기 도민행동 관계자들이 20일 오전 도교육청 1층 로비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교조 전북지부와 전교조지키기 전북도민행동은 20일 오전 11시 도교육청 1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북교육청 징계위의 해고 결정이 부당하다며 강력히 규탄했다.
단체는 회견문에서 “노조의 전임은 노조가 알아서 결정해야 할 문제로 전임휴직은 당연히 승인되어야 한다. 따라서 법외노조라고 전임휴직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노조에 대한 탄압으로 부당노동행위이고, 법외노조의 전임휴직을 인정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전교조는 아직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받지 않았으므로 전북교육청은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있을 때까지 기다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징계위 결정은 김승환 교육감이 무도한 정권의 앞잡이로 더 이상 민주시민의 진보교육감이 아님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김승환은 교육감 직을 유지하고자 양심있는 참교육 교사에게 총칼로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라고 비난했다.
단체들은 이어 “김승환 교육감은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도민에게 머리숙여 사과하고 징계위에 재의를 요구하라”고 촉구했다.
직권면직된 전교조 전북지부 김재균 정책실장은 “(진보교육청이라는 전북교육청은)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해고 추진에서) 보수교육청과 전혀 다름없다. 김 교육감은 교육부 압력은 부당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직무유기를 피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얘기하는 것 같은데, 부당하고 폭압적이며 거부해야 할 명령이라면 당당히 거부해야 한다. 나 살자고 자기 소속 교직원 생명줄 끊어놓는 게 과거 친일파와 뭐가 다른가?”라고 김 교육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정책실장은 이어 “징계위원 9명 중 당연직 3명을 제외한 6명을 교육감이 위촉했다”며 “부교육감이 징계위원장이기 때문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김 교육감의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인사위원회가 남았다고 할 것이고, 인사위를 한두 차례 유예시키며 시간을 끌 수도 있겠지만, 오늘 자르나 내일 자르나 마찬가지”라며 “교육감을 믿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징계위 의결이 이뤄지던 무렵에 김 교육감이 출입기자들을 불러 저녁식사를 한 데 대해서도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안 지킨 것이다. 김 교육감이 어떤 사람인지 똑똑히 알았다며 분개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전교조 전북지부 윤성호 지부장은 “이번 사태는 전교조를 없애려고 권력이 벌여온 시도의 연장선 위에 있다”며 “전북교육감이 그에 편승한 꼭두각시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 교육감은 시민이 직접 뽑은 선출직이고 소신 있는 헌법학자로서 헌법적 가치에 부합한 결정을 해주길 바랐었다”며 “하지만 어제 징계위 결정을 보니, 교육감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도 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회견 직후 교육감실을 항의방문했지만 교육감은 자리를 피하고 없었다.
한편 20일 현재, 미복귀 노조전임자가 없는 인천, 세종, 제주를 제외한 14개 교육청 가운데 13개 교육청이 징계위를 열어 전임자에 대한 직권면직을 의결했다. 16일 3차 징계위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된 광주교육청도 다음주 초면 징계위 의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학교로 돌아가길 거부한 노조전임자 35명 가운데 일부 사립학교 교원을 뺀 대부분의 전임자가 사실상 해고됐다. 사립학교 교원들에 대한 해고 또한 이달을 넘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1989년 1500명 집단 해직 사태 이후 최대의 대량 해직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