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LOGO
최종편집: 2025-07-17 16:34:16

서남대, 비리얼룩 구재단이 ‘정상화 주도’?


... 문수현 (2016-08-08 12:57:59)

서남대가 또다시 존폐의 기로에 섰다. 이번에는 임시이사회와 학교구성원의 자구노력을 비웃듯 구재단이 교육부에 ‘정상화 계획서’를 제출하는 등 적극 개입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거세졌다. 과연 비리재단인 구재단이 학교 정상화의 주체로 나설 법적 자격이 있는 걸까.

이번 사태는 지난 6월 7일 교육부가 “구재단이 정상화계획서를 보내왔다”며 이례적으로 그 내용을 상세히 소개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불거졌다.

구재단의 정상화계획서에는 한려대 자진폐교, 서남대 의과대학 폐지, 한려대와 서남대의 교육용 기본자산 매각을 통한 서남대 정상화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교육부는 구재단의 계획을 ‘부실대학 폐교의 신호탄’이라고 반기면서 대학간 통·폐합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자 서남대 교수와 직원, 학생, 동문 들이 반발했다. 교육부가 구재단과 유착했다는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교육부가 비리재단인 구재단에게 어떤 법률적 권한이 있다고 승인한 것으로 비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2007년 ‘상지대 판결’ 뭐기에〉

특히 교육부는 2007년 상지대 관련 대법원 판결을 언급하면서, 비리를 저지른 재단이더라도 학교처분의 우선권이 있으며, 종전이사들이 제출한 ‘정상화방안’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혀 논란을 부추겼다.

위 상지대 판결에서 다수의견의 보충의견은 “비리를 저지른 학교법인의 임원에 대하여 그에 합당한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고 행정적 제재를 부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를 시정하기 위한 수단이 지나쳐 함부로 학교법인의 정체성까지 뒤바꾸는 단계에 이르면 위헌적 상태를 초래하는 것이 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입장이 곧, 비리를 저지른 구재단의 관여를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상지대 관련 대법원 판결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 규정이 없던 2005년 당시의 구 사립학교법이 적용된 것이어서, 임시이사들에 의해 학교법인의 정식이사가 선임되자 종전이사들이 그에 반발해 소를 제기한 사안이다.

따라서 사분위가 주도하는 정상화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서남대와는 경우가 완전히 다른 셈이다. 결국 상지대 관련 대법원 판결은 더 이상 사립학교 정상화에 관해 직접 적용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교육부의 인식이 상지대 판결의 취지를 잘못 해석한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정상화’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따져볼 문제다. 사립학교법은 제25조3에서 ‘임시이사가 선임된 학교법인의 정상화’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정상화’는 표면적으로는 임시이사의 해임과 정식이사의 선임을 뜻한다.

물론 내용적으로는 그간의 파행운영을 극복하고 정상운영 체제로 들어서는 것이다. 여기서 ‘정상화’의 내용적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서남대는 사립학교법에 따라 종전이사들이 임원취임 승인 취소를 당한 경우다. 그 구체적인 사유는 2012년 12월 교육부의 감사 결과 드러난 △교비회계 자금 횡령 및 불법 사용 △이사회 운영 부당 △전임교원 허위 임용 △감사결과 기타 시정요구 사항 미이행 등 범죄와 비리였다.

그렇다면 서남대 ‘정상화’의 의미가 적어도 서남대의 설립자 등 종전이사 체제로 회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상식’이다. 헌법재판소도 이러한 ‘상식’을 지지했다.

헌재는 지난 2013년 결정에서 “정상화란 위기관리자로서의 특성상 그 권한에 내재적 한계가 있는 임시이사 대신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정식이사가 선임된다는 것이지, 학교법인의 지배구조나 이사회의 구성이 학교법인 설립 당시나 임시이사 선임 전의 상태로 회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헌재의 이 같은 결정은 몹시 현재적이다. 서남대 임시이사들의 임기가 8월 25일까지로 남은 기간은 고작 2주이고, 구재단이 꾀하는 것은 결국 임시이사 임기종료 뒤 정식이사 추천권 획득을 통한 재단 복귀이기 때문이다.

〈사분위의 ‘정상화 심의원칙’〉

여기에 교육부마저 사분위의 내부규정을 들어, 종전이사들의 정이사 추천권과 정상화 방안 제출 권한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교육부는 사분위의 규정을 아전인수 식으로 끌어다 쓰고 있어 학교구성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사분위의 내부규정인 ‘정상화 심의원칙’ 2항은 ‘종전이사 측에 최소한(과반수)의 정이사 추천권을 부여하고, 나머지(과반수 미만) 정이사는 중립적인 인사를 추천해 사분위 검증과정을 거쳐 선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어지는 3항에서는 ‘비리 등으로 학교 경영에 중대·명백한 장애를 발생하게 하거나 파렴치범죄, 반인륜범죄, 강력범죄 등의 범죄를 범한 종전이사는 비리의 정도 및 정상화를 위한 노력 등을 고려하여 정이사 추천권을 전부 또는 일부 제한한다’고 밝히고 있다.

법무법인 충정 안영은 변호사는 이에 대해 “2013년 헌재 판결 이후, 법원은 종전이사에게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고 사립학교는 개인재산이 아니라는 점을 몇 번이고 확인해줬다. 그런 점에서 사분위의 심의원칙 2항도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서 “설사 2항을 들이댄다 하더라도, 서남대 구재단에게 정이사 추천권을 주는 것은 심의원칙 3항에 명백하게 위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법원은 서남대 구재단 이사들이 교육부를 상대로 제기한 임원취임승인 취소처분 취소청구 소송 확정판결에서 구재단 이사들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당시 한 명을 뺀 나머지 이사들이 사실상 설립자의 범행에 가담했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최근 그 한 명마저 사망하면서 사분위의 심의원칙에 부합하는 구재단 이사는 한 명도 남지 않게 됐다.

〈구재단 정상화계획서 들여다보면〉

서남대 구재단이 제출한 정상화계획서의 내용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먼저, 서남대와 한려대의 설립자가 동일하다는 이유로 한려대 자산으로 서남대 감사처분액(횡령액)을 보전하는 게 타당하냐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설립자 또는 종전이사의 사립학교법상 지위에 대한 주목할 만한 판례를 남겼다.

대법원은 2014년 판결에서 “사립학교를 위해 출연된 재산에 대한 소유권은 학교법인에 있고, 설립자는 학교법인이 설립됨으로써, 그리고 종전이사는 퇴임함으로써 각각 학교운영의 주체인 학교법인과 더 이상 구체적인 법률관계가 지속되지 않게 되므로, 설립자나 종전이사가 사립학교 운영에 대하여 가지는 재산적 이해관계는 법률적인 것이 아니라 사실상의 것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이보다 앞서 헌법재판소도 2013년 전원재판부 결정으로 “사립학교를 위해 출연된 재산에 대한 소유권은 학교법인에 있다”며 2014년 대법원 판결을 예고했다.

안영은 변호사는 이에 대해 “결국 서남대 및 한려대의 자산이 설립자의 개인재산이 아니며, 설립자인 이홍하는 두 사립대학 및 학교법인에 대해 현재 어떠한 법적 권한도 없음에도 마치 두 사립학교를 자신의 사유재산인 양 취급해 정상화계획을 제출한 것이어서 매우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법적 자격 논란 이외에도, 서남대 구재단이 제출한 정상화계획이 실현가능한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구재단의 정상화 계획은 별도의 자금 투자 없이 학교법인의 교육용 기본자산을 매각해 결손을 보전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서남대의 감사처분액(횡력액)은 330억원이고, 한려대의 감사처분액은 240억원으로 두 학교는 총 570억원의 결손이 발생한 상태다. 그런데 구재단은 설립자 이홍하가 횡령한 금액에 대한 보전 없이 서남대 및 한려대의 유휴 재산을 매각해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서남대와 한려대 모두 그 부실을 전혀 보충하지 못하는 셈이다.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이다.

더구나 한려대 설립은 설립자 이홍하의 개인재산 출연이 아닌 서남대 등 다른 대학의 교비를 횡령해 이루어진 것임이 형사재판과정에서 밝혀진 바 있다.

문제는 이런 식의 정상화 계획이 받아들여진다면 여러 개의 대학을 운영하는 설립자의 경우 어느 대학의 자금을 횡령해 부실하게 만든 이후 해당 대학을 폐교하고 폐교 이후 불용자산을 매각해 감사처분액을 보전하는 방법으로 얼마든지 비리재단의 경영 복귀가 가능하게 된다는 점이다.

〈서남대 정상화 길, 어떻게 되나〉

서남학원 임시이사회는 2년 전 우여곡절 끝에 우선협상대상자로 명지병원을 선정했다. 그 뒤 명지병원의 재정적 난맥상이 드러나면서 뒤늦게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했고, 최근 새로운 정상화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교육부는 서남대 정상화계획서를 제출한 예수병원, 명지병원, 구재단 등 3자에 대한 컨설팅을 한국교육개발원에 의뢰해 8월 10일까지 예정으로 진행하고 있다. 교육부는 컨설팅 업무가 끝나면 산하기관인 사분위에 안건으로 상정할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사분위에 안건으로 상정한다고 해도, 매월 넷째주 월요일에 한 차례 열리는 사분위 회의에서 10월 이전에 매듭을 지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서남대로서는 신입생 모집 일정을 놓칠 수 있고, 또다시 지리한 존폐 논쟁 속에 서남대, 특히 의과대학이 지역이기주의에 따른 정치권의 먹잇감이 될 공산도 적지 않다. 의대를 서남대에서 사실상 분리해 타 지역으로 이전하려는 지역이기주의적인 시도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구성원들의 노력과 지역사회의 전폭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서남대 정상화의 길은 아직 험난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