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예분 시인의 네 번째 동시집인 『발가락이 웃는다』가 7년만에 나왔다. 2003년 아동문예문학상을 받고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박예분 동시인의 네 번째 동시집이다.
박예분 시인이 2015년에 『안녕, 햄스터』를 펴내고 약 7년만에 나온 『발가락이 웃는다』는 “어린이들의 마음을 더욱 잘 읽어 주는 작가가 되기 위해 고민했다”는 작가의 여정이 그대로 녹아있다.
시인은 『발가락들이 웃는다』의 많은 지면을 동물에 대한 작품에 할애하고 있다. 「내 별명은 너구리」「다람쥐의 봄」「나는 기러기 엄마」「오늘의 뉴스」「우리 집 강아지」「달렸다」「여우와 토끼와 꿩」「어쩔 수 없는 일이다」「갈매기 생각」「꿈속에서」 등이 그러한 작품이다.
그중 「나는 기러기 엄마」는 부화기에서 막 깨어난 새끼 기러기를 엄마처럼 보살피는 화자가 등장한다. “커다란 종이상자 안에 신문지 쫙 펴서 깔고 집을 만들어” 주자, 아기 기러기들이 “연예인 대통령 얼굴도 가리지 않고/부지직 뿌직 뿌지직 뿌직” 한다는 장면은 유쾌해서 웃음이 절로 난다. 아기 기러기에게 유명인과 권력자가 무슨 소용일까? 이는 아기 기러기를 키우는 어린 엄마에게도 마찬가지다. 기러기들이 “잘 먹고 건강하게 자라”기만을 바라는 화자는 그저 “혼자 킥킥”거리며 “하루에 몇 번씩 신문지”를 갈아 줄 뿐이다.
박예분 시인은 어린이의 건강하고 힘찬 에너지를 작품 곳곳에 담나내고 있다. 하지만 모든 아이가 이렇게 행복한 일상을 사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학원에 가느라 서로 이야기 나눌 틈도 없는 숨 가쁜 일상을 다룬 「학원 가는 길」, 학원과 학습지 때문에 숨이 막힌다는 「숨구멍」과 어리다고 무시하고 결국은 입을 다물게 하는 「툭하면」은 안탑까고 애처로운 아이들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시인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전쟁의 참혹함 속에 지내고 있는 미얀마와 우크라이나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미얀마 아이들」「우리는 어린이입니다」「우크라이나의 눈물」을 꼭 한 번 읽어보기를 바란다.
박예분 시인은 『발가락이 웃는다』 동시집을 출간하며 “어린이들에게 건강하고 따뜻한 동시밥이 되었으면 좋겠다. 특히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은 해에 네 번째 동시집 『발가락들이 웃는다』를 세상에 내놓게 되어 더없이 기쁘다. 동심으로 세상을 향해 걸어가는 발가락들이 동시밥을 먹고 활짝 웃는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예분 시인은 2003년 동시 「하늘의 별따기」 외 1편으로 아동문예문학상을 받고,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솟대」가 당선되어 본격적으로 동시를 쓰기 시작했다.
동시집 『안녕, 햄스터』 『엄마의 지갑에는』 『햇덩이 달덩이 빵 한 덩이』를 냈고, 동화 『부엉이 방귀를 찾아라』 『이야기 할머니』 외 다수, 그림책 『우리 형』 『피아골 아기고래』 『달이의 신랑감은 누구일까?』 외 다수를 냈다. 현재 스토리창작지원센터 대표, 한국동시문학회 지역부회장, 전북동시문학회장을 맡고 있다.
동시집에 그림을 맡은 양소이 작가는 대학에서 디지털 아트를 공부하였고 지금은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꽃이 온다』를 쓰고 그렸으며 『무지개 줄넘기』, 『할아버지 안경 사러 간다』 등에 그림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