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혐의로 설립자 겸 교장이 구속된 완주군 한국게임과학고(이하 게임고) 사태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학부모와 졸업생들이 경찰의 수사 확대와 전북교육청의 특별감사를 촉구한 데 이어, 전북교육청은 학교법인 이사회에 대한 감사와 함께 교육부에도 특별감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또 이사회 임원 승인 취소, 임시이사회 구성 등을 교육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졸업생과 학부모로 이루어진 가칭 ‘한국게임과학고 정상화를 위한 대책위원회’는 16일 오전 전북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북교육청은 게임고가 하루 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강력한 지도감독권을 발휘하고, 경찰은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교장이 구속되고 비정상적인 학교운영에 대해 확인하면서 개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대책위를 구성하면서 학부모와 졸업생들을 통해 열악한 학교 환경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학교를 다녔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분함과 아이들에 대한 죄스러운 마음에 이 자리까지 서게 됐다”고 회견 배경을 설명했다.
대책위는 또 “많은 의혹들이 있지만 이 자리에선 크게 네 가지 부분만 말 하겠다”며 급식과 기숙사환경, 수학여행 등과 관련된 비리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학교장 구속으로 알려진 4억 횡령 건은 빙산의 일각임을 대책위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게임고는 ‘게임 영재 육성’을 목표로 지난 2004년 3월 개교한 전국 유일의 게임특성화고다. 설립자이자 교장인 정모(58)씨는 2013년 급식비 2억6천여만 원을 빼돌려 사법 처리됐고, 최근에는 아내와 지인을 기숙사 관장과 방과 후 교사로 채용한 것으로 서류를 조작해 인건비 4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달 구속됐다.
15일 교사들이 전북교육청에 낸 진정서에 따르면, 이 학교는 일반고의 3배에 이르는 월 108만원씩의 수업료와 급식비 등을 받으면서도 학교에 공용PC가 한 대도 없었고, 학생들이 사비로 산 노트북으로 수업을 해왔다.
수업료를 납부하지 않을 경우 전화를 통한 납부 독촉이나 자퇴 종용까지 이어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 특히 방과 후 학교 같은 선택 분야에 대해서도 일괄적으로 공납금을 요구해 과도한 수업료를 반강제로 걷어 들였다는 주장이다.
교사들은 컨테이너 박스를 작업장으로 사용했고, 양파 창고를 개조해 학교 조교들의 숙소로 쓰고 있다고 폭로했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기숙사와 도서관 역시 자리가 협소해 6명이 하나의 방을 써야 하고, 도서관 규모도 10석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학교 측은 입학 당시부터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학교 상황을 설명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전북교육청은 이미 2011년과 2013년 감사를 통해 예산·회계 등에서 문제를 확인하고 교장과 행정실장, 실무자 등의 해임을 요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정 교장 등은 평소 거래하던 급식 납품업체로부터 소고기 등을 구입한 것처럼 허위서류를 꾸며 돈을 지급한 뒤 돌려받는 수법을 썼다. 정 교장을 비롯해 행정실장, 실무자 등 관련자 3명이 각각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도교육청은 관련자들의 해임처분을 요구했지만, 이사회는 정직 1개월과 감봉 1개월을 의결하는 데 그쳤다. 도교육청은 또, 학교급식비 2억6890여만 원 횡령과 관련해 이를 전부 학교에 환수 조치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4년을 넘긴 지금까지 1억5940여만 원은 갚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도교육청에서는 감사결과 처분 요구사항이 계속해서 이행되지 않자 학급 감축 처분을 내려, 2014년부터 매년 1학급씩 3년간 총 3학급을 감축하라고 요구했다. 이후 법원의 조정권고를 거쳐 게임고는 2015학년도부터 매년 학급당 3명씩 3년간 총 36명을 감축해야 하는 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