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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자 빈 전북과학교육원 실험실


... 문수현 (2016-03-07 23:56:52)

전북교육청 직속기관인 전북과학교육원 교원 인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수한 이해관계 탓에 해결책이 외면당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북과학교육원은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 자연과학 4대 분야에 각각 실험실을 갖추고 해당 과목을 전공한 전문직교원이 이를 맡아 관리해왔다.

2014년 9월 1일 화학전공자가 퇴직한 이후 1년 6개월 동안 공백이 이어지다가 2016년 3월 1일자로 화학 전공 전문직이 충원됐지만, 그 대신 물리 전공 교원을 빼내는 ‘돌려막기’ 인사가 이뤄졌다.

이 같은 실태는 전북과학교육원에서 과학교육부장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9월 1일자로 명예퇴직한 김석태 전 교육연구관이 7일 오전 전북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면서 알려지게 됐다.

김 전 부장에 따르면, 전공자 인사 공백의 원인은 2011년 9월 인사로 소급해 올라간다. 직전까지 전북과학교육원에 전문직 교원은 중등 4명(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과 초등 1명이었는데, 이 인사에서 초등 1명이 임시로 추가 배치됐고, 그 뒤로 중등4명+초등2명 구조가 굳어졌다.

그러다가 지난 2014년 9월 화학전공자가 퇴직할 당시 교육원에 수학체험센터가 신설됐고, 수학전공자를 배치하는 과정에서 도교육청은 화학전공자가 빠진 자리를 그대로 뒀다. 한 명 들어오고 한 명 나갔으니 정원은 그대로 유지됐다. 그렇게 화학전공자 공백이 시작됐다.

김 전 부장은 “그때 초등을 1명 빼고 수학전공자를 충원했어야 맞다. 그러면 화학 전공 빈 자리도 화학 전문직 선발 배치로 해소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안한 것”이라면서 “석달 뒤 중등인사담당장학관을 면담해보니, 전공 공백을 해소할 방안을 갖고 있었으면서도 ‘특수 애로사항’이 있어 그렇게 못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석태 전 전북과학교육원 과학교육부장이 7일 오전 전북교육청 앞에서 “도교육청이 과학교육원의 실정과 전공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과거 사례에도 맞지 않은 인사를 지속해 과학교육이 멍들어가고 있다”며 개선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가 말한 ‘인사담당 장학관의 특수 애로사항’이란, 굳어진 초등 정원을 줄이는 일이 쉽지 않은, 곧 장학관에게는 역부족인 상황이었다는 의미다.

그는 이어 “2015년 1월 인사과장에게 설명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기회를 주지 않았다”며 “결국 2015년 3월 1일, 전공 공백 해소 요청을 무시한 인사발령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전북과학교육원 원장과 인사과장은 둘 다 초등 출신이다.

결국 김 전 부장은 정년퇴직 2년을 앞둔 상황에서 “중등 전공자로서 타당한 의견과 요청이 존중받지 못하고 무시당했다”며 ‘상급기관의 존중 결여와 무시에 의한 재직의욕 상실’을 사유로 항의성 명예퇴직을 선택했다.

뒤이어 가장 최근인 지난 3월 1일자 발령에서 ‘화학을 주고 물리를 빼는’ 땜질식 전공 돌려막기 인사가 다시 이뤄지자 1인 시위에까지 나선 것이다.

그는 “전북과학교육원이 내년 초 익산으로 신축 이전하게 되는데, 물리 전공자가 없는 상태에서 실험실의 실험기자재 관리 등 문제가 크다”고 염려했다.

그러면서 “과학교육이 멍들어가는 현실을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할 필요가 있고, 전북의 미래가 교육에 달려있음을 고려해, 도교육청의 인사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교원 정원에서 비롯된 문제”라며 “교사 파견 등 다음 인사 때 적절한 대안을 세워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