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사회단체들이 ‘한국사 국정화 저지 전북네트워크’를 결성하고, 초등 사회교과서 역사 왜곡을 중단하라고 정부에 강력히 촉구했다.
지난달 공개돼 이달 초부터 수업에 사용되고 있는 초등학교 6학년 국정 사회과 교과서는 위반부범죄와 5·18광주민중항쟁을 왜곡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치적은 과장하는 등 역사적 사실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왜곡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2014년 9월 교육부가 발행한 초등 사회교과서 실험본은 역사학계와 교육현장으로부터 360여 곳에 걸친 오류와 편향에 대해 지적받았다. 그 뒤 교육부는 자체 작업을 거쳐 수정 완성본 교과서를 지난 2월 초등학교에 배포했다.
이 교과서는 일본군 위안부 사진을 삭제했고, ‘위안부’라는 용어는 ‘젊은 여성’이라는 중립적 용어로 대체했다. 평균 16세 소녀 2만 명이 강제로 끌려가 지옥처럼 살던 시간들은 “많은 고통을 당하였다”라는 용어로 완화시켰다. 일본의 역사교과서와 다를 바 없는 심각한 역사적 사실의 훼손이자 왜곡이라는 지적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도 왜곡됐다. 계엄군의 무자비한 진압과 발포로 촉발된 광주시민의 시위는 인과관계를 정반대로 뒤바꿔, 광주시민의 시위가 일부 군인의 동원을 불러오고 강제진압이 이뤄졌다는 식으로 왜곡 표기됐다. 반면, 고교 검인정 교과서 지침에는 명백히 5·18의 가해 주체가 계엄군임이 명시돼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치적은 과장했다. ‘유신독재’라는 용어는 삭제했고, “10월 유신을 선포하고...장기집권이 가능해졌다”는 객관적 사실만 나열했을 뿐, 이것이 왜 나쁜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오히려 박정희 정부의 경제성장 치적만 강조했다.
전북네트워크는 16일 오전 전북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 왜곡 초등 6학년 사회교과서를 즉각 폐기하고, 친일·독재 정권의 장기집권 전략인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네트워크는 이번에 배포된 초등 6학년 사회교과서가 “실험본에서 완성본으로 오면서 그 편향성이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나 역사학계와 교육계, 시민들,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을 분노하게 하고 있다”며 “2014년 실험본의 오류를 수정하겠다고 약속했던 교육부는 ‘정권의 꼭두각시’ 역할에만 충실할 뿐 교육을 책임진다는 교육부의 사명은 내팽개치고 있다”고 규탄했다.
단체들은 특히, 이번 초등 사회교과서가 “정권의 대일 굴욕외교 노선에 코드를 맞춘 듯 ‘위안부’ 서술 부분과 사진을 아예 삭제해버렸고, 이승만 건국론을 반영하여 임시정부의 정통성도 지워버렸다”고 지적했다.
또한 “70년대를 서술하며 ‘독재’라는 단어를 빼버려 5·16 군사쿠데타를 슬그머니 정당화시켰고, 새마을운동을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미화하고 찬양하며 실제 경제성장의 주역이었던 노동자들의 피땀은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교과서는 이밖에도 ‘민주주의의 시련과 발전’ 단원에서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수정하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서 ‘정부’를 삭제하는 등 뉴라이트 진영의 시각을 곳곳에 반영했다.
단체들은 또한 “특히 곳곳에 등장하는 비문은 정권이 1학기에 맞춰 역사왜곡 교과서 배포를 위해 얼마나 다급하게 작업을 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곧 나올 중등 국정 역사교과서가 어떤 모습일지를 미리 보여준 것으로써,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왜 문제인지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이어 “초등교육 현장을 포함한 모든 교육 현장에 국정화 역사교과서가 들어오는 것을 묵과하지 않겠다”면서 “이미 배포된 역사왜곡 교과서의 폐기를 위해 단호히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에 앞서 지난 14일 ‘역사교과서 국정화저지 광주시민대책위원회’가 초등학교 6학년 사회교과서 폐기를 촉구했다.
대책위는 이날 광주시교육청 상황실에서 대표자회의를 열고 ‘초등학교 6학년 사회과 편향 문제 대응’과 ‘광주 역사교육 발전 전담팀 운영’, ‘초중고 역사교육 방향 연구’ 등에 대해 논의했다.
다른 한편, 광주시교육청 주관으로 전북·강원·세종 등 시도교육청이 함께 보조교재도 개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