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세계잼버리 새만금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전라북도가 부안군 변산해수욕장 관광지에 인공암벽장 건설을 추진한다. 세계잼버리 유치를 성공시키고, 청소년 등의 체육시설로도 활용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인공암벽장 건설을 가장 반길 법한 스포츠클라이밍 동호인들 사이에선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전라북도는 최근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 528-9번지 일원에 올해 12월 완공 목표로 인공암벽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도는 지난 21일 ‘전라북도 인공암벽장 조성사업 실시설계 용역’을 긴급 발주했다. 계획을 바꾸지 않는다면 이달 안으로 계약이 성사될 전망이다.
새 인공암벽장은 총6억6천만 원의 사업비(국비 특별교부세)를 들여 ‘인공암벽장(국제공인규역 및 연습용 인공암벽)과 관리실, 휴게실, 교육장, 탈의실, 샤워실, 기타 부대시설 등’을 두게 된다.
도는 올 상반기 안에 실시설계용역 및 건축협의를 끝내고 7월께 공사에 착공해 12월에는 공사를 완료하고 시설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외 청소년들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개최예정인 2023 세계잼버리를 성공적으로 유치하고, 다양한 체육시설 확충으로 지역주민과 이용객에게 휴식공간 및 보고 즐길거리를 제공하겠다는 게 도의 입장이다.
하지만 스포츠클라이밍 동호인들은 인공암벽시설이 새로 생긴다는 데는 환영하면서도, 새로 건설될 인공암벽장이 제대로 될 시설일지에 대해서는 걱정하는 분위기다.
가장 큰 관심거리는 과연 얼마나 많은 이용자들이 시설을 찾을까 하는 점이다. 천혜의 자연암벽이 펼쳐져있는 고창에 인공시설이 들어선다면 모를까 인공암벽을 즐기러 변산까지 갈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게 동호인들의 이야기다.
사업비가 너무 적다는 지적도 있다. 부안군이 맡게 될 기반공사를 제외하고, 도가 암벽장 건설사업에 책정한 총 사업비는 6억6천만 원이다. 2008년 세워진 전주인공암벽장에 든 사업비나 2015년 건설한 남원인공암벽장 사업비와 거의 같은 액수다.
전주인공암벽장 수준(폭 30m, 높이 16m)에 맞추려면 사업비가 두 배쯤 필요하고, 남원인공암벽장 규격(폭 15m, 높이 15m)에 맞추면 규모가 너무 작아진다.
게다가 해풍을 맞는 곳에 노출된 구조물이어서 철골에 불소 도장을 해야 한다는 점도 사업비를 올려야 할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전북에는 전주와 익산, 군산, 남원 네 곳에 공설 인공암벽장이 있고 대개 난이도 종목의 국내/국제 시설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하지만 공인된 속도경기벽을 갖춘 시설은 한 곳도 없다.
그러다보니 2013년 전주인공암벽장에서 제4회 고미영컵 청소년 스포츠클라이밍 대회를 치른 이후로는, 국제대회는 물론 대한산악협회나 전북산악협회가 주최하는 전국대회를 한 차례도 열지 못하고 있다.
난이도 종목만으로도 대회를 열긴 하지만, 속도 종목과 볼더링 종목이 빠진 전국대회는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북산악협회가 몇 차례 전국대회 유치를 추진했지만 번번이 타 지역에 양보한 것도 전자계측시스템을 갖춘 속도경기벽이 없어서였다.
또한 볼더링 종목에 대한 인기가 확산일로에 있는데도 이를 반영한 시설개선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전주의 한 스포츠클라이밍 동호인은 “물론 규모가 작다고 꼭 내실까지 없는 건 아니지만, 이왕 짓는 김에 전국체전이나 국제대회를 치를 수 있는 규모를 한 개 시설이라도 갖추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암벽등반 동호인은 “세계잼버리 유치를 위해 함량미달의 인공암벽장을 짓는다면 근시안 행정이고 전시 행정”이라며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사업 재검토 등 방향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전주인공암벽장을 전국대회 시설 기준에 맞게 개선하는 등 기존 암벽시설의 낮은 활용도를 높이는 쪽으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북도청 관계자는 “인공암벽장 건설의 1차적 목표는 세계잼버리대회지만, 변산해수욕장은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고 부안군이 챌린지파크 조성을 추진하는 등 보고 즐길거리가 늘어날 것”이라며 “향후 유지·관리와 활용성을 고려해 위치를 선정했다”고 해명했다.

(▲2015년 준공된 남원인공암벽장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