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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불량감자와 뜨거운 감자


... 임창현 (2016-09-06 01:11:32)

교육청 등에 민원이나 자료 조사를 할 때 기자라고 밝히지 않고 전화하는 경우가 많다.

누구든지 기자라고 밝히면 상대는 협조적이 된다. 아니 뻔한 대답을 듣기도 한다.

혹여 사적인 민원인 경우에 기자라고 밝히기보다 그냥 순수한 민원인 입장에서 전화를 한다. 그래서 리얼해진다.

그러다 보니 공무원들 중에, 저런 사람이 어떻게 아이들 교육을 담당하는 공무원일까 의심스런 모습들이 눈에 확 들어온다. 혹시나 해서 동료 공무원들에게 탐문해보면 역시나 그러하다. 기자가 잘못 본 것이 아니다.

전북교육청 내에 어떤 공무원은 업무량이 과다해서 스트레스로 죽을 지경이지만 또 어떤 공무원은 업무시간에 개인 노트북이나 타블렛으로 영화를 다운받아 당당하게 시청을 한다. 심하게는 온라인 게임을 한다.

지역 교육청 직원에게 문의전화를 하면 어떤 6급 공무원은 귀챦은 듯 "내가 팀장인데 이런 전화를 나한테 하면 어떻게 하냐! 내 전화번호는 누가 가르켜 줬냐! 이런 전화는 밑에 담당자에게 하는 것이다"라고 훈계까지 하며 짜증을 낸다.

또 어떤 공무원은 업무시간에 근무지를 이탈하여 막걸리 골목에서 술을 마시다 걸리기도 한다. 물론 처벌은 미약했고 이후에 개선되거나 반성하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이런 불량감자들이 승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신보다 힘이 있는 자에게 비굴함은 따를 자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전문직 공무원은 납품업체에게 납품할 제품 대신에 현금으로 가져다 줄 것을 요구하다가 거절당하자 해당 업체를 괴롭히기도 한다. 해당 산하기관에선 알만한 사람은 다 알아도 이런 불량감자가 교장이 된다.

인사시스템이 제대로 성공하려면 뛰어난 사람 찾기보다 불량감자만 걸러내도 성공한다. 그런데 최근 전북교육청의 인사를 보면 불량감자를 걸러내는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줄을 잘 서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바른소리 하는 뜨거운 감자를 멀리하고 아첨하는 불량감자를 가깝게 두는 인사권자일수록 나중에 배탈날 가능성이 높다.

충고 한마디 하자면 뜨거운 감자는 식혀서 먹으면 된다. 뜨거운 비판과 반성이 조직을 건전하게 만든다.

(PS : 취재를 하다보면 뜨거운 감자 같은 분들도 뵙게 된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대해 열정적이다. 문제점이 있다면 윗사람 눈치 보지 않고 이야기한다. 이런 분들은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