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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5-07-19 00:42:43

주목받는 일본 청년들의 시위 방식


... 문수현 (2015-12-03 15:44:11)

신세대 일본 청년활동가들의 시위문화가 뭇사람의 관심을 끌고 있다. ‘반전시위 반, 힙합공연 반’으로 보이는 이들의 거리시위 모습을 담은 영상도 입소문과 함께 퍼지고 있다.

지난 9월 일본 의회는 집단자위권 행사를 허용하는 안보법안을 통과시켰다. 비록 의회가 법안을 강행 처리했지만, 일본 시민 12만 명이 의사당을 에워싸고 밤샘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청년그룹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학생긴급행동(Students Emergency Action for Liberal Democracy-s) 즉 ‘실즈(SEALDs)’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실즈의 활동가들은 시위 현장 곳곳에서 마이크를 잡고 ‘전쟁반대’ ‘안보법안 반대’를 외치며 군중을 이끌었다.

이들의 시위 방식은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일부 활동가들은 신세대답게 스키니 바지에 배꼽티를 입었고, ‘전쟁법안 반대, 아베 퇴진’ 같은 정치적 메시지는 경쾌한 율동과 랩을 타고 울려 퍼졌다. 웃음이 가득했고 흥이 넘쳤다.

평화와 자유에 대한 요구를 적은 피켓과 이들의 외침이 없다면, 여느 흥겨운 대중음악 공연장과 흡사했다. 군중들은 이들의 시위에 감탄하며 지지를 보냈다.

영국 BBC는 이를 두고 ‘apparel activism’, 곧 ‘멋을 내고’ ‘차려 입은’ 행동주의로 표현했다. 겉치레만 있는 행동주의라는 부정적인 시각을 담고 있는 표현이기도 하지만, 실즈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시민의 관심을 정치로 복귀시키는 것이라는 점에서 진지하다. 거리로 나서기를 주저해온 시민들이 함께 즐기며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판을 마련해주자는 것이다.

실즈의 등장 이후 지금까지 150여개 일본 대학의 1만4천여 명의 교수들이 안보법 반대성명을 내고 시위에 동참했다고 한다.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시위에 참가해, 1960년대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가 펼쳐졌다.

실즈 설립 멤버인 아키 오쿠다(23)는 “안보법안은 통과됐지만 시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 이유를 “(안보법 반대 시위를 계기로)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뉴스타파 인터뷰).

실즈는 이미 2014년 5월에 창립해, 2015년 6월부터는 아베 정부의 안보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매주 의회 앞에서 벌여왔고 주목을 받아왔다. 9.19 시위에 12만 군중이 모인 데는 실즈의 역할도 적지 않았던 셈이다.

다만 이 같은 시위 방식이 정부의 폭력에 의해 쉽게 움츠러들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비판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국내에서는 광화문시위를 폭력시위로 몰아가면서, 백골단의 부활까지 논의되는 실정이다.

하지만, 폭력과 관련된 오래된 논쟁이 있다 하더라도, 정치적 시위가 특정 집단만 참여하는 것으로 비치기까지 하는 점은 불행한 일이다. 시민의 관심을 정치로 불러들이려는 실즈의 노력이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출처=유튜브)



[편집자주] SEALDs에 대하여

일본의 평화와 자유주의에 입각한 학생그룹 SEALDs의 시위방식은 극우적 아베정권에 반대하는 집회에 젊은 세대들을 참여시키는 데 많은 공헌을 했다. 그러나 이들의 출현에 전통적 방식의 좌파 활동가들은, SEALDs가 웹사이트를 통해 "평화를 위한 동북 아시아 공동 안보 체제의 구축에 대한 주도권 행사"를 주장한 데 대해서는 보수정치권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하며, "동아시아의 군축 ㆍ 민주화의 흐름을 선도하는 강한 책임감과 잠재력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독선적이라며 비판 한다. 분명 이들은 사상적으로 중도에 가까운 보수적 시각을 가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들은 "평화헌법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피폭 국가"로서 주도권을 행사할수 있다고 주장하는 점과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성장과 공정한 분배를 통해 사람들의 생활을 보장하는 정치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보적 자유주의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