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육청이 새 학기부터 도내 모든 초등학생에 대해 일제식 중간·기말고사를 전면 폐지하고 성장평가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다만, 모든 지필고사를 폐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전북교육청은 지난 6일 김승환 교육감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일제평가 방식의 중간・기말고사 전면 폐지 계획을 밝힌 데 이어, 14일 참학력과 수업 전문성 신장을 위한 초등 성장평가제 추진계획안을 마련하고 시행 준비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전북교육청은 초등 성장평가제도 개념에 대해 ‘줄 세우기 평가가 아닌 학생의 성장을 돕는 평가를 통해 참학력을 신장시키고 평가 결과에 대한 적절한 정보 제공과 추수 지도를 통해 학생 교사 학부모가 소통하고 함께 성장하는 평가제도’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현행 일제식 중간·기말고사 중심의 평가방법은 서열과 결과 중심 평가로 학생 개개인의 성장을 돕는 데 한계가 있고, 선택형과 단답형 위주의 단순 암기 중심평가로 참학력 신장에 어려움이 있으며, 교사별 교육과정 운영이 다르고 배움과 성장의 속도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평가 도구를 활용함으로써 강의 중심의 수업 형태를 벗어나지 못해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성장평가제 도입 배경을 밝혔다.
전북교육청은 이에 따라 일제평가 형식의 중간·기말고사를 폐지하는 대신 학습의 과정을 중시하는 평가 체제로 전환하고, 교사별로 수업의 과정 속에서 교과의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수행평가를 내실화해 평가와 함께 수업의 질을 제고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또한, 단위학교의 합의에 의해 평가에 따른 결과를 수시 또는 정기적으로 학부모에게 알리고, 학부모 상담 및 공개수업 주간 등을 통해 교과별 교사의 첨삭이 들어간 다양한 활동 결과물 등 평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학생의 성장과 발달에 대한 안내와 소통을 충실히 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도교육청은, 초등 성장평가제 시행에 따라 단위 학교마다 초등 성장평가제를 위한 학교 공동체의 공감대 형성과 함께 각 교과별 교육과정 및 학교의 특성을 고려한 학교의 평가 계획을 수립하고 평가 시기 및 방법, 평가 결과 알림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추진하도록 했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초등 성장평가제 실시에 따른 학부모 공감대 형성을 위하여 학교 교육과정 설명회, 상담주간, 연수 등을 통해 충실한 홍보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기존의 일제식 평가 대신 교사별 평가를 도입하는 데 대해 전북교육청은, 일제평가가 학업성적 판정을 목적으로 하는 데 비해, 교사별 평가는 학습과제 성취 여부를 결정하고 학습결손을 진단하며 교수전략을 개선·보완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일제평가가 선택형 문항 중심으로 획일적으로 이뤄지는 데 비해, 교사별 평가는 선택형 문항 뿐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수행평가를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시행된다고 밝혔다.
다만, 교사별 평가는 교사의 평가부담이 가중되고 교사의 역량에 따른 격차가 생기는 단점이 있다고 밝혔다.
수행평가의 유형도 예시했다. △자기 스스로 학습과정이나 결과를 성찰하는 ‘자기평가’ △학생들이 서로의 활동 결과물을 평가(격려, 칭찬)하도록 하는 ‘상호평가’ △학생들에게 특정내용이나 주제에 대해 질문한 다음 각자의 의견이나 생각을 발표한 내용을 평가하는 ‘구술평가’ △교과의 기본 개념을 익히기 위한 방법으로 문항과 답안을 읽고 의미를 해석해서 적절한 답을 선택하는 ‘선택형 평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직접 서술(요약, 개념, 풀이과정)하는 ‘서술형평가’ △제시된 주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을 논리적이면서도 설득력 있게 조직하는 ‘논술형평가’ △토론 △포트폴리오 등이 그것이다.
전북교육청은 이 같은 내용의 초등 성장평가제가 단위학교에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초등 교원 50여명이 참여하는 초등 성장평가제 평가지원단을 구성해 홍보자료 제작과 함께 컨설턴트 역량 강화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일부 교사와 학부모들은 성장평가제의 취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학부모 강모씨는 “성장평가 비슷한 것을 지금도 학교에서 어느 정도 진행해왔는데, 그게 평가와 직접 관련이 되기 시작한다면 특히 도시 엄마들이 나설 것 같다”며 학부모들의 과열 경쟁을 걱정했다.
또 다른 학부모 이모씨는 “교사가 수업한 내용에서 객관적 기준을 세워 자체 수행평가를 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된다”면서도 “학부모가 대신 숙제를 해주거나 학원의 도움이 필요한 평가방식으로 가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수행평가에서 객관적 기준이란 평가의 결과를 상중하 등으로 서열화하지 않고, 학생의 수준을 기록하지 않으며, 학생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교사들의 태도도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교사들은 과연 그럴 준비가 돼 있겠는가”라고 의문을 던졌다.
토론과 자기평가, 상호평가, 서술·논술형평가 등이 초등학생의 인지발달단계에 과연 적합하냐는 의문을 일각에선 제기한다. 나아가 성장평가제 시행이 초등학생의 기초학력을 키우는 노력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심지어 초등 성장평가제가 사교육비를 증가시켜 학부모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주의 한 교사는 “학생이 수행평가 과제를 감당할 수 없을 때 결국 그 숙제는 학부모의 몫이 될 수 있다”며 “성장평가와 평가결과가 그 취지와 달리 지역, 소득, 지적차이에 따른 차별을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