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LOGO
최종편집: 2025-07-19 00:42:43

“농촌 교육위기 어떻게 넘어설까?”


... 문수현 (2016-02-24 02:26:04)

정부가 농촌지역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을 강하게 밀고 나가는 가운데, 전북 농촌지역 교육의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부설 전북지역교육연구소(소장 이미영)와 전북농촌지역교육네트워크(공동대표 이미영·송병주)는 함께 23일 오후 전주한지산업지원센터 세미나실에서 ‘전북농촌지역교육 발전 방안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교육정책 세미나를 열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전북농촌지역교육네트워크 송승용 사무국장(김제중앙초 교사), 전라일보 장수 주재 엄정규 기자, 전북교육자치시민연대 문채병 정책위원장(무주설천중고 교사), 부안 아름드리지역아동센터 이해범 센터장이 차례로 주제발제를 맡았다.


(▲2월 23일 전북지역교육연구소와 전북농촌지역교육네트워크 공동주최로 전북 농촌지역 교육의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먼저 전북농촌지역교육네트워크 송승용 사무국장은 ‘정부의 농촌교육 정책 분석 및 대책’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농촌 경제의 쇠퇴와 인구 이탈이 교육여건을 악화시킨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학생 감소율은 농촌이 도시보다 2.5배 이상 높은 실정이고, 학생 수 60명 이하인 농촌 소규모학교의 비율은 2005년 23.9%에서 2013년 38.4%로 크게 뛰었다. 특히 전북은 그 비율이 48%가 넘는다.

정부는 1982년부터 학교통폐합 정책을 추진해 2010년까지 전국적으로 총 5402개 학교를 통폐합했다(전북은 350여개 학교). 특히 2006년부터는 시도별 실적에 따라 재정지원을 달리 해 통폐합을 유도했는데, 지난해 12월 31일 발표한 ‘적정규모 학교 육성 및 분교장 개편 권고 기준안’은 그 이전보다 학생 수 기준을 완화하고 실적에 따른 지원액도 늘려 통폐합을 더욱 강하게 유도하고 있다.

송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교육부의 통폐합 권고 정책은 과거 추진해왔던 작은학교운영사업, 전원학교, 아름다운학교, 지역사회연계 학교운영 등의 사업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북교육청의 통폐합 기준은 학생 수 20명 이하 학교 가운데 학부모 전원이 찬성하는 경우로 한정돼 있다. 하지만 교육부의 새 기준에 따르면 전북지역 전체 761개 초중고 가운데 48%인 351개 학교가 통폐합 대상이 된다. 또 145개 면소재지 학교 중 126개 면의 학교가 해당되는 것이기도 하다.

송 사무국장은 “학생 수 기준에 따른 단순 통폐합 중심의 정부 정책이 갖는 문제점을 분석하고 정책과 제도 개발에 나서는 한편, 장기적인 학생 수급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자율적인 학교운영과 지역주민과의 강력한 연계를 통해 농촌학교의 성공적 모델 창출에도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월 23일 전북지역교육연구소와 전북농촌지역교육네트워크 공동주최로 전북 농촌지역 교육의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다음으로 ‘전북농촌지역 중고교 현실과 대책’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전북교육자치시민연대 문채병 정책위원장은 “농촌학교 살리기에 혁신학교는 꼭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다. 혁신학교는 전체 범주에서 부분집합일 뿐 농촌 살리기의 비책이 될 수 없다”고 말문을 뗏다.

그는 농촌의 혁신학교에 진학한 초등학생이 졸업 후 그 지역 중학교가 아닌 도시 중학교로 진학하는 사례들을 들면서 “실적 위주로 가면서 혁신학교가 과대 선전되고 그 후유증은 외면당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문 위원장은 군 단위 인문계고등학교를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읍 단위 고등학교에 신뢰도가 높아야 학부모가 농어촌 초·중학교에 마음 놓고 아이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초·중학교에 현란한 혁신학교가 많지만 믿음이 가는 인문계고등학교가 지역사회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도시학교로 향하는 탈농촌으로 인해 종국에는 초·중학교 유지에도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문 위원장은 이밖에도 읍 단위 중학교의 인성교육을 위해 남녀공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주 등 도시지역은 중학교에 남녀공학이 시행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읍지역은 아직도 남자중학교와 여자중학교로 분리돼 있는 실정이다.

문 위원장은 “얼마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의 여교사 몰카 사건도 같은 지역 남자중학교 때부터 자주 있었던 공공연한 사실이었고, 교사들이 생활지도의 어려움을 여러 차례 호소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편 “농촌교육의 중심 세력이 교체돼야 한다”면서 “더 이상 관 주도나 기존의 방식으로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또 “교육청이 지역교육과 학교를 독점(해야) 한다는 사고방식도 버려야 한다”며 “교육청, 자치단체, 시민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소통하고 지혜를 구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전라일보 장수 주재 엄정규 기자는 장수지역의 특수성을 살린 특성화 고등학교 운영 사례를 통해, 부안 아름드리지역아동센터 이해범 센터장은 학교 및 지역아동센터와 지역사회 3자의 협력 사례를 통해 각각 농촌교육의 발전 방안을 살폈다.

이번 세미나를 공동주최한 전북지역교육연구소는 지난해 말에는 '전북 지역교육 발전 방안 무엇인가?'를 주제한 한 세미나를 열고, 전주YMCA와 공동으로 ‘자유학기제와 지역중심 청소년진로활동의 과제’ 주제의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지역 교육현실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활동을 활발히 펼쳐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