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이준혁의 칼럼 ‘사드, 무엇이 문제인가?’를 상, 하 두 차례에 나눠 싣는다. 필자는 사회운동단체인 사회진보연대의 반전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①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대립
한국과 미국 정부가 기어이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ir Defense, 최종단계 고고도 미사일방어) 배치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2014년부터 배치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 뒤부터 사드는 논쟁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미국 정부와 아무런 논의도 되고 있지 않다며 시민사회의 문제제기를 외면하다가 올해 초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실험이 진행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사드 배치를 공식화했습니다.

▲ 사드의 개요. 출처: 한겨레
사드는 탄도미사일이 떨어지는 단계, 즉 최종단계에서 요격하기 위해 설계된 무기입니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을 막기 위해 사드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러 언론에서는 북한보다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에 더 크게 주목했습니다.
중국, 러시아가 반발하는 이유는?
사드배치 발표 직후,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한국 사드 배치하면 반드시 대가 치를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또한 22일 ‘한국 언론의 8가지 사드 기담괴론(기이하고 이치에 맞지 않는 황당한 이야기)을 감상하시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놓았습니다.
중국은 미군이 (아주 짧은 시간 동안이더라도) 사드의 AN/TPY-2 레이더를 전진배치 모드로 설정하여 탐지 거리를 큰 폭으로 확대하면, 중국 영토를 감시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미 육군 기술자료에 따르면 전진배치 모드는 탐지거리 1,800km, 탐지각 120도이며, 종말단계 모드는 탐지거리 600km, 탐지각도 60도 입니다. 모드 전환에 소요되는 시간은 최대 8시간에 불과하기 때문에 중국의 우려는 분명히 타당성이 있습니다. 특히 중국이 우려하는 점 중 하나는 전진모드로 배치된 사드레이더가 중국 미사일에 대한 조기경보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한미 양국은 사드 레이더가 전진배치 모드로 배치되지 않을 것이라 주장합니다. 실제로 전진배치 모드로 운용하는 것이 주목표는 아닐 듯합니다. 전진배치 모드의 경우 북한에서 쏘는 미사일을 제대로 탐지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레이더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그것보다 좀 더 큰 문제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바로 사드를 필두로 한 동아시아 미사일방어망입니다.

▲ 보수언론에서는 사드레이더의 고도 때문에 중국을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중국의 반발은 억지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높은 고도를 보는 것만으로도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대한 조기경보기 역할은 충분합니다. 영토를 볼 수 있고 말고가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출처: 동아일보
사드의 출발점: 미국의 미사일방어망 계획
미국의 미사일방어망 계획은 1983년 레이건 대통령의 전략방위구상(SDI), 일명 ‘스타워즈 계획’에서 출발합니다. 출발 당시는 소련의 핵공격을 가장 큰 염두에 두었습니다.
그러나 소련 붕괴한 1991년에도 미국은 미사일방어망 계획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H. 부시는 전략방위구상을 대폭 수정하여 ‘제한공격에 대한 세계방어(GPALS: Global Protection Against Limited Strikes)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제한공격이라는 표현대로, 소련 같은 대국보다는 핵무장 가능성이 있는 이란, 북한 등 지역강국으로부터의 미사일공격 대비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들 나라는 미국 본토까지 미사일을 보내는 기술은 아직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이때부터 미국 본토보다는 전쟁지역(theater, 전역(戰域))의 미사일방어가 중요해졌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전역은 대체로 아시아·태평양, 유럽, 중동 등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GPALS는 1993년에 국가미사일방어(NMD, 본토 방어용)와 전역미사일방어(TMD, 해외미군과 동맹국 방어용)로 구체화되었습니다. 사드의 개발이 시작된 것도 이 때부터입니다.
1999년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역미사일방어 구조를 위한 선택>에서 한반도에 사드 4개 포대와 패트리어트 7개 포대를 배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보고서는 일본에는 사드 4개 포대와 3대의 레이더, 대만에는 레이더 1대 이상 배치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1999년에 이미 한국-일본-대만을 연결하는 동아시아 미사일방어 구상을 체계적으로 수립한 셈입니다.
사드는 방어를 위한 무기인가?
한국과 미국 정부는 사드는 방어용 무기라고 선전합니다. 물론 무기 자체의 논리는 방어용이지만, 사드가 포함된 미사일방어(MD)는 결코 방어용이라 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선제 핵 공격을 뒷받침하는 무기체계입니다.
사드는 보통의 미사일처럼 화약을 실은 폭발형 탄두가 아닌 충돌파괴체(kill vehicle)를 이용해 비행 중인 적국의 미사일을 요격합니다. 이는 핵폭발을 막으려는 의도에 따른 것인데, 핵미사일은 충돌이 발생하면 기폭장치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생화학, 세균 탄두의 경우 사드가 맞추더라도 여전히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사드는 오로지 핵무기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 미국의 지상기반 미사일방어 체제(GMD)에서 사용되는 충돌파괴체(kill vehicle). 출처: 위키피디아
하지만 완벽한 (핵) 미사일 방어체계를 통해 평화를 달성하겠다는 논리는 위험하거나 실현 불가능한 환상에 불과합니다.
첫째, 완벽한 방어체계 개발은 선제공격을 쉽게 만들기 때문에, 항상 공격적 핵무기 정책과 쌍을 이룹니다. 현재 미국은 실전에서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과시하고 있습니다. 2010년 발간한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는 북한을 비롯한 적국에 대한 핵 선제공격 가능성을 명시했습니다. 미국이 공격적인 핵무기와 함께 ‘완벽한’ 방어체계를 갖추게 되면, 세계는 더 큰 위험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둘째, 미국의 동아시아 미사일방어망 구상은 한국-일본-대만으로 이어지는 범지역적 네트워크로서, 동아시아 동맹국의 군사화를 강력하게 추동합니다. 특히 미국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일본의 재무장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동아시아 미사일방어망 구축의 중요한 축으로 삼고 있습니다.
셋째, 미사일방어망 계획은 항구적인 신무기 개발, 도입을 촉진합니다. 즉 주변국은 방어망을 무너뜨리기 위한 신무기를 개발해야 된다는 강력한 압박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 이는 이미 사드 한반도 배치에 대한 중국과 북한, 러시아의 대응에서 확인할 수 있는 모습입니다.
넷째, 미사일방어체계는 기술적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미국의 ‘우려하는 과학자연합(UCS)’을 포함한 여러 과학기술자 집단들은 여러 차례 엄청난 비용을 들여 미사일방어망을 만들어도 돌파해낼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수월하다는 분석을 낸 바 있습니다. 요격미사일을 무력화시키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첫째, 열이 발생하는 부유풍선으로 레이더를 교란시킵니다.(우주에는 공기가 없어서 부유풍선의 속도는 핵탄두와 동일합니다. 따라서 요격미사일이 핵탄두를 구별해내기 어렵습니다.둘째, 하나의 탄두에 여러 개의 작은 탄두를 탑재합니다. 가짜 탄두(기만탄, decoy)도 포함됩니다.우려하는과학자연합(UCS),
, 2000.https://www.youtube.com/watch?v=gNSR7dXHdCY
설사 방어체계가 90%의 방어능력이 있다고 해도 나머지 10%의 미사일도 충분히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결국 미사일 방어망이 완전한지 여부와 관계없이 전쟁이 일어나면 민중들은 엄청난 피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완벽한 미사일 방어망이라는 구상은 파괴적인 핵전쟁에 대한 공포를 ‘100% 막을 수 있다’는 실현 불가능한 환상으로 대체합니다. 이는 대중들은 핵전쟁의 파괴력을 간과하게 만들 뿐더러 군부의 관료들은 더욱 공세적인 (핵)전쟁 준비, 수행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게 만듭니다.
군비경쟁 강화하는 사드
중국, 러시아는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동아시아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무너뜨리는 행위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 러시아와 미국이 핵미사일을 들이대며 대치하는 가운데, 미국만 ‘모든 핵무기를 막을 수 있는 치사한 방법’을 쓴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언젠가 미국은 우리(중, 러)들과 핵전쟁을 하려는 것이다’라고까지 해석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사드는 핵전쟁을 대비하기 위한 무기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사드배치는 한미 정부의 궁색한 변명과는 달리 미국과 중국의 군비경쟁을 가속화시킬 것입니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 배치에 반발하면서 중-러 간 통합미사일방어망 구축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군사전문가 블라디미르 예브세예프 독립국가연합 연구소 부소장은 “외교적 수단만으론 부족하며 군사정치적 대응만이 미국의 MD 구축 계획을 저지할 수 있다”고까지 주장했습니다. 북한 핵을 빌미로 사드가 들어온다지만, 이대로 사드 배치를 강행해서는 미국 대 중-러 간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 군비경쟁만이 기다릴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