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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5-05-12 09:57:27

불타는 공동의 집, 지구


... 편집부 (2020-06-11 15:42:03)


▲ 필자와 두 딸

(1) 불타는 공동의 집, 지구
_내 딸 다은이와 주아, 그리고 불타는 지구를 위해

완주군 동상에 산지 벌써 6년째네요. 집 앞과 뒤가 산으로 둘러싸여 매일 아침 새소리와 개구리 소리를 듣고 사는 게 참으로 즐겁습니다. 자연이 가까이 있으니 계절의 변화도 생태계의 변화도 도시에 사는 이들보다 알아차리기 쉽지요. 몇 해 전부터는 봄부터 햇볕이 뜨겁게 느껴졌습니다. 에어컨도 없이 살고 있는데 한 여름을 어찌 나야할까 그 때부터 한숨이 쉬어집니다. 가뭄이 길어져 풀들이 아주 날카로워 지는 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각 집마다 건물마다 에어컨을 틀고 산다지만 길가에 자라는 풀들은 그 뜨거운 태양빛을 그대로 받고 살아야 하니 얼마나 힘들까 싶었지요.
작년에 기후변화란 말을 처음 들었습니다. 어렸을 적 지구온난화는 익숙할 정도로 듣고 살았지만 그냥 지구가 따뜻해지는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기후변화에서 기후위기 혹은 기후재앙이란 말로 넘어가는 추세입니다. 100년 후, 200년 후에 일어날 일이라면 조금 마음이 놓일 텐데 지구가열로 인해 우리 앞에 펼쳐질 재앙적 시나리오가 내가 살고 있는 시대에 일어나고 있는 일인 것을 알고 불안하고 우울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부터 아이들의 미래가 눈에 보였지요. 우리가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마음껏 배출하며 편안한 삶을 살면 나와 아이들은 지구가열로 뜨거운 대기와 굶주림, 거주지 상실과 다양한 질병에 노출되는 등 이로 인해 전 세계적 전쟁과 불안한 현실에서 살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늦게 안 탓에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마침 지인의 소개로 작년에 기후위기 전북 비상행동이란 단체에 참여하게 되었지요. 모이는 이들은 녹색연합에서 활동하시는 분과 시민 몇 명에 불과했지만 회의를 통해 피켓팅도 준비하고 이후의 강연과 여러 가지 행사를 계획했습니다.
첫 피켓팅은 전북대학교 앞에서 하였습니다. 추운 날씨지만 아이 둘 손을 잡고 갔지요.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아이들 앞에 펼쳐질 미래는 순탄하지 않지만 엄마, 아빠와 어떤 어른들은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요.
연구결과에 따르면 최근 30년 동안 우리가 배출한 온실가스양이 산업혁명 이후부터 배출한 온실가스양의 무려 절반정도를 차지한다네요. 불과 30년 만에 우리는 폭발적으로 다양한 물질을 소비하고 육즙 가득한 식탁을 즐기며 손 하나만 까닥거리면 되는 편리함을 통해 온 생태계를 다 파괴시키고 이제는 온 인류에게 6대 대멸종이라는 타이틀을 갖다 붙였습니다. 믿기 어렵지만 호모 사피엔스인 인류의 멸종에 가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두 번째 피켓팅은 전주 시내에서 하였습니다. 다행히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해 주시고 지나가시던 어르신도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저희에게 다시 한 번 일깨워주셨지요. 쑥스럽지만 아이들도 이번에는 잠시라도 피켓을 들고 함께 해보았구요.
「2050 거주불능 지구」라는 책의 추천서에 이런 글이 있더군요.
“손주들이 우리를 욕하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면 꼭 이 책을 읽어라”



여기다 한 마디 덧붙이자면 자녀분들에게 10년, 20년 후에 욕먹고 싶지 않으시다면 지금 당장 기후위기를 알고 행동하시기 바랍니다. 기후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이 불과 몇 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미 기후위기가 만든 시나리오 중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판데믹 현상을 겪었고 이후에 벌어질 여러 바이러스와 세균성 질환, 빙하 없는 지구, 일상이 될 폭염, 가뭄, 태풍, 이로 인한 식량위기, 굶주림, 빈번한 산불, 대기오염으로 인한 호흡기질환 및 사망률 증가 등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것은 100년 후의 일이 아닙니다. 바로 지금도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가속도로 우리와 아이들을 끔찍한 재앙으로 몰고 갈 것입니다.
이제는 쉽게 소비할 때가 아닙니다. 전기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지, 휘발유차와 경유차가 지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먹거리가 어디서 나오는지 생각해보세요. 옷은 무엇으로 만들고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이 쓰레기통에서 어디로 사라질지 생각해보세요. 개인의 변화도 필요하고 정부와 지자체의 혁신도 필요합니다. 제도가 변하지 않으면 개인의 노력도 의미 없어집니다. 석탄발전소가 계속 가동되면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의 소중한 노력이 빛을 발하지 못합니다. 개개인이 자동차로 다니는 것 보다 대중교통과 자전거 도로가 발달되어야 하고 식탁에서 육식을 줄이는 것은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하는 효과도 있고 의사선생님들 말씀처럼 건강에도 좋습니다. 소비를 줄이는 것은 탄소발자국을 줄이고 다양한 에너지를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불편도 익숙해지면 불편이 아니게 됩니다. 무모하고 막연한 낙관과 희망이 아닌 선택과 행동, 그리고 연대를 통해 다음 세대에게 욕먹지 않길 간절히 바랍니다.



[글쓴이 방선영]
결혼 후 세상을 다시 보게 된 여자, 셋이 되어 도시를 떠나 자연을 벗 삼은 여자, 넷이 되어 예쁜 손보다 흙 만진 손이 더 좋아진 여자. 6년째 완주군 동상에 살며 <기후위기 전북비상행동>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방선영의 ‘불타는 지구 그리고 개구리’]라는 제목 아래 기후위기 및 사회현안 문제를 한 달에 한두 번씩 쓸 예정입니다. 여기서 개구리는 끓는 냄비 안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개구리 얘기에서 따온 것으로, 불타는 지구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우리들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