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인권단체들이 정부에 ‘기후위기 비상상황’를 선포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23일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연설이 ‘공허했다’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쏟아지면서 이 같은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300여개 사회단체가 연합한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25일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기후위기를 직시하고 관련 정책을 세우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의 문재인 대통령 연설이 기후위기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며 온실가스 배출제로 계획 수립 및 기후위기 대응 범국가 기구 설치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대통령은 저탄소 경제(체제)로 조기 전환을 촉진하겠다고 했지만, 정책 수단은 미흡하기만 하다”며 “과감한 에너지 수요 억제, 재생에너지 확대 등 로드맵이 마련돼야 했지만, 기존 대책만 나열됐을 뿐”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전기의 절반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된다. 당장 재생에너지를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면 전력 사용을 줄여야 하고, 전기요금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전기요금은 낮추고 석탄발전소는 늘리는 정책을 펴고 있다.
비상행동 측은 오는 27일 서울 광화문 세종로소공원에서 청소년들이 나서 정부를 향해 기후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비상상황’임을 선포할 것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전국 57개 인권단체들은 19일 성명을 내고 “한국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은 어디까지나 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눈치 보며 이뤄지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실효성 있는 정책적 대안도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정부에 ‘기후위기’ 선포를 촉구했다.
국회 천정배 의원은 22일, 세계 각국은 긴급 대응책을 계획하거나 실행하고 있는데 한국만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한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2050년 온실가스 배출 제로’로 탄소중립국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 2050년까지 완전한 탈탄소화 등 ‘그린뉴딜’ 정책이 발표되어 2020년 대통령선거의 핵심이슈가 되고 있다.
천 의원은 “우리나라는 2018년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7위, 2017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 OECD 4위, 10년간 증가율 2위”라며 “다른 나라들은 내연기관차 퇴출을 선언하는데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일자리는 여전히 내연기관에 맞춰져 있다. 정부는 ‘탄소배출 제로’는 언급조차 않으며 석탄발전 감축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2050년 온실가스 제로’를 목표로 저탄소 발전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18개 국가, 950여 지방정부가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언한 상황이다.

△1914-1918년(100년 전)과 2014-2018년의 지구표면 열기. 출처=NASA, Wikip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