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학생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반면 다문화교육정책은 제자리걸음을 거듭하고 있어 다문화 학생들의 학습부진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국회 교문위 소속 유은혜 의원과 좋은교사운동이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 드러났다.
교육부가 유은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고등학교에는 다문화학생이 8388명, 중학교에는 1만3865명에 그쳤으나 초등학교는 무려 6만283명(이상 각종학교 포함 수치)으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초등학교에서 전체 학생 중 다문화 학생 비율은 2.22%였으나 학년별로 다문화 학생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매우 급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국적으로 6학년에서 다문화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1.26%에 그쳤으나 1학년은 3.28%로 2.6배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역별 1학년 기준으로 보면 전남(6.72%), 경북(5.22%), 전북(5.08%)이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다문화 학생 비율 증가 추세로 보면 세종은 6학년은 0.68%에서 1학년 3.10%로 4.6배나 다문화 학생 비중이 높아졌다. 같은 방식으로 제주는 4.5배, 경남은 4.2배, 경북은 3.5배로 증가했다.
유은혜 의원은 “이런 추세가 당분간 유지된다고 가정하는 경우만 놓고 봐도 현재 중앙정부 차원의 몇몇 소액 특별교부금 사업에 의존하는 방식의 다문화교육 정책은 전면적으로 재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문화 학생이 이와 같이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다문화 학생 대부분의 경우 우리말과 글이 익숙치 않은 부모에 의해 양육되고 있으며, 다문화 가정의 경제‧교육적 여건이 좋지 않은 탓에 학습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별 다문화 학생의 비중이 높은 지역 학교를 대상으로 학습부진 현황을 조사해 살펴본 결과, 학습부진학생 중 다문화 학생의 비율은 전체 학생 수 대비 다문화 학생 비율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자료미제출 지역 및 학습부진 학생 수 누락 학교는 제외하여 202곳 조사).
서울 A초등학교의 경우 전체 학생 중에서 다문화학생의 비율은 33.2%로 나타났는데, 학습부진 학생 수 중에서 다문화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81.3%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B초등학교 역시 전체 학생 465명 중에서 다문화학생은 36명으로 7.7%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 학교의 학습부진학생 60명 중에서 다문화학생은 13명으로 21.7%나 됐다. 부산의 D초등학교도 마찬가지로 다문화 학생의 비중은 12.3%였으나 학습부진학생 중 다문화학생의 비율은 45.5%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충남의 G초등학교는 전체 학생 중 다문화 학생의 비율이 5.6%였지만 학습부진학생은 101명 중 12명으로 11.9%를 기록해 높은 편에 속했다. 이와 같이 202개 초등학교에서 다문화학생의 비중은 5.1%로 집계됐는데, 학습부진 학생 6205명 중에서 다문화학생은 668명으로 10.8%의 수치를 보였다.
지역별 통계 수치를 살펴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학습부진 학생 관련 자료를 제출한 10개 시‧도의 3~6학년 다문화학생 비율은 54만5985명 중 1만1055명으로서 2.02%로 집계됐다. 그런데, 이들 10개 시‧도의 3~6학년 전체 학습부진 학생 수는 3만309명이며 그 중 다문화학생은 1471명으로 4.85%으로 나타났다. 다문화 학생이 비다문화학생과 비교하여 학습 부진이 되는 비율이 2.5배가 넘는 셈이다(7개 시‧도는 교육청 단위로 자료를 확보하고 있지 않아 제출하지 않음).
한편, 중학생 다문화 학생의 학습 부진은 더 심각하다. 중학교의 다문화 학생 ‘기초미달’ 비율은 초등학교보다 더 심각하다는 사실을 교육부가 유은혜 의원실에 제출한 ‘2015년 다문화학생 교육지원 계획’에 제시된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학습에 가장 중요한 도구교과인 국어 과목의 경우 일반 학생은 ‘기초미달’ 비율이 2.0%인데 비해 다문화 학생의 ‘기초미달’ 비율은 13.0%로 6.5배나 됐다.
사정에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다문화 학생을 위한 교육지원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교육부는 특별교부금 국가시책사업의 일환으로 다문화 교육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다문화학생이 급증함에도 2013년과 2014년에는 특별교부금으로 80억원을 시‧도교육청에 교부했으나 올해는 70억원으로 예산을 삭감했다.
그나마도 개별학생 지원보다 예비학교, 중점학교, 연구학교, 글로벌브릿지 사업과 같이 특정학교를 선정하여 사업비를 지원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는 대다수의 다문화 학생들은 이러한 사업마저 선정되지 않으면 사실상 방치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교육부가 파악한 다문화학생을 위한 교육지원 사업에 참여하여 지원을 받고 있는 학생의 비율은 전국적으로 27.9%밖에 되지 않았다.
학교별로 현황을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교육부가 시행하고 있는 예비학교, 중점학교, 연구학교, 글로벌브릿지 등 주요 특별교부금 국가시책사업을 실시하고 있지 않은 초등학교의 비중은 상당히 높았다. 조사대상 학교는 각 시‧도 중에서 다문화 학생이 많은 교육지원청을 1~3곳씩 정하여 해당 교육지원청 중에서 다시 전체학생 중 다문화학생의 비중이 높은 초등학교를 교육청에서 선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4가지 다문화 교육지원과 관련한 특별교부금 시책사업 중 단 하나도 실시하지 않는 초등학교의 비중은 76.9%나 됐다.
무엇보다 교육부가 시행하는 사업 선정 기준에는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시도교육청에서 다문화학생 비율이 높다고 선정한 450개 학교 중에 다문화학생 비율이 누락되거나, 자료 입력 오류가 있는 학교를 제외하고, 자료가 정확한 321개교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다문화 학생 비율이 높은 학교보다 다문화학생 비율이 낮은 학교가 오히려 더 많이 교육부 지원 사업으로 선정됐다.
또한 다문화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는 학교 중에는 학교 자체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거나 지자체 등에서 지원하고 있는 사업을 실시하기도 하는데, 450개 학교 중에서 128개 초등학교가 이에 속했다. 문제는 이와 같은 기타 사업도 진행하지 않고, 교육부 특별교부금 시책사업도 시행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다문화학생이 방치되고 있는 초등학교가 450개교 중에서 262개로 58.2%나 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서울 중부교육지원청 소속 ㄱ초등학교는 전체 학생 수 336명 중 다문화학생은 55명이나 재학하고 있어 다문화학생 비중이 16.3%에 이른다. 전체 35명의 학습부진 학생 중 다문화학생이 15명으로 42.9%나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이 학교에는 교육부 특별교부금 시책사업도 기타사업도 시행되지 않고 있다. 전남 나주교육지원청 소속 ㄴ초등학교는 전체 학생 35명 중 다문화학생이 17명이나 되며, 학습 부진학생 5명중 3명이 다문화학생이다. 하지만 이 학교 역시 교육부나 지역차원의 사업지원을 받고 있지 못한 상태다.
한편, 교육부는 한국장학재단 주관으로 실시하는 대학생 멘토링 사업의 하나로 다문화학생 멘토링 사업도 다문화지원 사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초등학교 교사들도 기초 문해교육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생 멘토링 사업이 얼마나 실효를 거두고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유은혜 의원은 “다문화 학생의 경우 대부분 국내에서 태어나 우리사회의 구성원이 될 아이들이지만 돌봄의 결여와 한국어 능력 부족으로 인한 기초문해 교육의 어려움 등으로 학령기에 진입하면서 불리한 출발선에 설 가능성이 높다”며 “세심하고 전문적인 교육지원이 보편적으로 이루어져야 하지만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다문화 교육의 현실을 체감하지 못한 교육당국이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이어 “오래전부터 다문화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사회적 갈등과 슬럼화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서구의 현실이 가까운 우리의 미래일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다문화 교육 정책의 전면적인 개편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