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초청 행사에서 “꼴사납다”는 표현을 한 게 빌미가 돼 전북교육청의 징계처분을 받은 박모 연구사(당시 장학사)가 명예를 회복하게 됐다.
전주지방법원 제2행정부는 지난 8월 19일, 전북교육청이 박 연구사에 내린 견책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고, 이에 대해 전북교육청은 이달 초 항소포기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법원 선고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도교육청은 이어 박 연구사에 대한 징계기록 삭제 등 법령상의 불이익이나 제한사항을 완전히 회복시키겠다고 23일 밝혔다.
견책은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 중 가장 낮은 단계이지만, 견책처분을 받으면 6개월간 승진이나 호봉승급이 제한되는 불이익을 당한다. 전북교육청이 ‘회복’ 조치를 취하면 박 연구사가 받은 불이익도 모두 원상회복된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전북교육청은 지난 2013년 11월 28일 도교육청 2층 대회의실에서 독일학교 교사, 도내 혁신학교 교장·교사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독일혁신교육 특강’을 개최했다.
박 연구사는 이날 식전 행사를 진행하면서 전날 모 대학에서 진행된 행사를 언급하며 ‘외국인을 초청한 행사의 진행이 좀 꼴사나워 보였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뒤, 국민의례를 생략하고 강연을 진행했다. 대통령훈령인 ‘국민의례 규정’에 따르면 ‘국가 간의 행사 또는 국제적인 행사’에서는 국민의례를 하지 않아도 된다.
같은 해 12월 2일 한 지역신문이 ‘국기에 대한 경례는 꼴사나워 생략’이라는 제목으로 “외국인을 모셔 놓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것은 꼴사나워 생략합니다”라고 발언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다.
이와 관련 전북교육청은 2014년 3월 28일 “박 연구사가 외국 초청인사 등 500여명이 참가한 공식 행사의 사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소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의도와 달리 일부 청중들로 하여금 오해를 사는 빌미를 제공하고 이 같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는 등 교육전문직으로서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며 견책의 징계처분을 했다.
박 연구사는 이에 불복해 2014년 4월 9일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같은 해 8월28일 법원에 소청결정취소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에게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려워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먼저, ‘꼴사납다’라는 말은 사전적으로 ‘하는 짓이나 겉모습이 아주 흉하다’는 의미의 표현으로,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지 않아 어색하게 들릴 수는 있을지언정 욕설이나 비속어는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또, 박 연구사가 이 같은 발언을 했던 상황 및 맥락을 보면 전날 미숙한 행사 진행에 관해 간략하게나마 반성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발언 경위를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고, 이 강연에 참석한 500여명도 박 연구사의 발언 취지를 오해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단지 원고가 오해를 일으킬 여지가 있는 표현을 해 이 사실이 언론에 사실과 다르게 보도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박 연구사에게 교육전문직으로서 품위유지의무 위반의 징계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된다”면서 “전북교육청이 원고에 대하여 한 견책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재판의 쟁점은 ‘꼴사납다’는 표현이 ‘품위위반’이냐는 데 모아졌고, ‘이 사실이 언론에 사실과 다르게 보도되었다’고 재판부가 언급한 점이 주목된다. 앞서 교육부도 전북교육청에 전달한 징계의결요구서를 통해, ‘꼴사납다’는 표현으로 ‘공무원으로서 품위를 손상시켰다’고 강조할 뿐, ‘국민의례 폄훼’ 관련 내용은 전혀 다루지 않았다.
박 연구사는 “교육부 조사 당시부터 이미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은 거의 없었다”며 “언론이 처음부터 내 발언을 짜깁기해 오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박창신 신부 건 등 종북·좌파몰이가 이루어지던 사회적 분위기에서 실명까지 거론돼 정신적 고통을 많이 받았고, 그런 억울함 때문에 이 소송을 진행했던 것”이라며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는 게 재판부에 의해 증명돼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