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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철 교수 『돈황변문집』 최초 완역


... 문수현 (2015-10-20 11:2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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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대 전홍철 교수가 중국 돈황 지역에서 발견된 고문서 『돈황변문집(敦煌變文集)』을 완역 출간했다. 중국어가 아닌 언어로 완역한 것은 세계 최초다.

정 교수가 번역한 원전은 여러 판본의 『돈황변문집』 가운데 가장 정확한 교주(校注)본으로 정평이 나 있는 『돈황변문교주(敦煌變文校注)』(黃征·張涌泉 校注,中華書局,1997)다.

돈황변문(敦煌變文)은 중국 돈황 막고굴의 소위 장경동(藏經洞)에 쌓여 있던 당나라 시대의 통속 서사문학 고문서를 말한다. 혜초(慧超)의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이 발견된 1900년대 초에 함께 발견됐다.

『돈황변문집』은 당시 속어(俗語)와 결자(缺字)가 많아 완전한 번역이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중국 본토는 물론 대만과 일본에서도 완역을 시도한 적이 없었는데, 전홍철 교수팀(전홍철·정병윤·정광훈 3인)이 한중 양국 연구재단의 지원을 동시에 받아 10여 년에 걸친 작업 끝에 세계 최초로 완역본을 출판했다.

실크로드 교역의 오아시스였던 돈황은 광활한 중국 대륙의 서쪽 끝에 위치한 도시로, 1500년 전 서역으로 가는 관문으로 동서 문화의 융합 현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곳이다.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세계 중국학 연구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돈황의 미스터리 문헌들은 고대 중국의 역사, 음악, 미술, 체육, 음식 등 각 분야에서 수수께끼로 남아 있던 수많은 의문들을 해결해주는 마법의 열쇠였다. 특히 『돈황변문집』은 중국문학사를 비롯한 동아시아 문학사의 의문점을 규명할 수 있는 중요한 고리로 여겨져 왔으나 완역본이 없어 제대로 된 연구가 진행되지 못했다.

돈황 문서는 한국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먼저 신라의 구도승(求道僧) 혜초(慧超)가 지은 『왕오천축국전』의 필사본이 돈황 문서더미에서 발견되었으며, 최근에는 원효 스님이 저술한 『대승기신론소(大乘起信論疏)』의 8-10세기 필사본이 발굴 공개돼 고대 한국과의 연관성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돈황 고문서 중 한국 고대 문학과 가장 깊은 관련이 있는 것은 판소리처럼 운문과 산문을 엇섞어 사용하고 있는 ‘변문(變文)’이다.

변문(變文)은 운문과 산문 즉 시와 서사문이 혼용되어 있는 문학 텍스트로 통상 한국에서는 ‘강창문학(講唱文學)’이라 하고, 중국에서는 ‘설창문학(說唱文學)’이라 칭한다. 무엇보다 ‘민중연행의 현장예술’, ‘창악적 구비서사시’, ‘희곡적 구비율문’ 등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판소리문학 그리고 불교 강창문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반드시 국내에 소개될 필요가 있었는데, 이번에 국내 학계의 오랜 숙원이 이루어진 것이다.


(▲변홍철 교수팀이 번역한 『돈황변문교주』 원자료)

『돈황변문교주(敦煌變文校注)』의 원저자 황정 교수(남경사범대학 돈황학연구소 소장)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 학자가 완역을 시도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기쁨과 감격을 금치 못하는 한편, 일말의 우려도 없지 않았다. 기쁨과 감격은 당연한 일일 터이나, 우려는 무슨 말인가? 솔직히 말해, 나는 이들이 정말로 『돈황변문교주』 전체를 완역해 내리라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돈황변문교주』는 우리 중국인에게조차도 그것을 현대 백화문으로 옮기기에 어려움이 큰데, 한국 친구들이 한국어로 번역하겠다니 말이었다. 전에 나는 일본 학자들이 『돈황변문선(敦煌變文選)』 부류의 책들을 출간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것은 몇 편만을 선별한 것인 데다, 대부분 변문의 본문만을 다루고 있고 난해한 부분은 다루지 않았다. 『돈황변문』 완역본은 아무도 시도한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때문에 그런 계획은 미친 짓으로만 들렸다”고 말할 만큼 완역본 출간은 불가능에 가까운 작업으로 여겨져 왔다.

10년이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번역을 주도한 전홍철 교수는 “사실 변문 자체의 난해함, 수많은 결자(缺字)와 이체자, 방대한 편폭 등으로 인해 완역은 지난하기 그지없는 작업이었다”며 “이제 한국어판을 세상에 내놓으면서도 걱정은 여전하다. 오역에 대한 두려움, 꼼꼼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송함, 앞선 연구에 오히려 누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복잡한 심경이다. 그럼에도 과감히 연구자와 독자들께 선보이는 이유는 이 책이 중국문학 뿐 아니라 동아시아의 소설, 희곡, 공연예술, 불교 문학과 의례 등의 연구에 기초 자료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향후 다시 10여년에 걸쳐 재번역 작업을 진행해 좀 더 완벽한 역주본을 출간하겠다”고 말했다.

전홍철 교수는 한국외대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돈황 변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우석대 유통통상학부(중국학) 교수 겸 공자아카데미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현재 중국 온주대학 동아민속문화연구소 겸직 교수를 맡고 있으며, 주로 돈황학과 실크로드 문명교류에 관한 글쓰기와 영상 제작을 하고 있다. 주요 저서와 영상물로는 『돈황 강창문학의 이해』·『돈황 민간문학 담론』·『중국통을 향해 걷다』(저서), <전북 속 중국>·<한국과 실크로드>(영상) 등이 있다.


(▲돈황 고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