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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교사 226명 ‘한국사 국정화 반대’ 선언


... 문수현 (2015-10-14 16:36:30)

전북지역 초·중등 교사 226명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선언을 발표했다.

전주 완산고 박제원 교사와 전주 만수초 정은숙 교사 등 6명은 14일 오후 1시 30분 전북교육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전북 교사선언’을 발표했다.

교사 226명이 참여한 이 선언에서 교사들은 “과거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유한하지만 오직 기억만이 영구적 상실에 맞서 싸울 수 있다”면서 “항일독립운동, 4.19혁명, 반(反)유신항쟁, 6월항쟁 등은 인간존엄에 대한 절규였으며, 역사가 무엇인가와 역사적 기억의 소중함을 뚜렷하게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교사들은 이어 “기억은 특정한 관점에 의존한다”며 “박정희에 대해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경제성장의 영웅이라고 칭송하거나 기본권과 민주주의를 침해한 인권의 압살자라고 다르게 평가하는 것은 역사적 해석이 근본적으로 불완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부가 공인하는 하나의 역사해석만을 가르치라는 것은 정치권력의 폭력이자, 각자의 차이를 무시하고 자신의 기억을 진실인 것처럼 조작하고 포장하는 지적 살인”이라는 것이다.

교사들은 “교육과정으로 특정한 관점만이 역사라고 가르치라는 것은 지식인으로서의 삶을 부정하라는 것이며 야만적인 동물적 질서를 따르라는 것이자,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고 정권의 시녀가 되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사들은 또 “어떤 역사가 옳은지는 국민이 판단할 몫이지만 학생들에게 역사적 진실에 접근하는 여러 길을 보여주는 것은 교사의 의무이자 권리이고 교사답게 살고 싶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검인정 교과서 체제를 유지하고 학교에서 가르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한편 교사들은 “이번 선언에 참가한 전북 교사들은 전교조나 교총 등 단체와 무관하며, 교사의 양심에 따라 어제와 오늘 SNS를 통해 한국사 국정화 반대에 공감한 보통 교사들”이라고 설명했다.

선언에 참여한 전주 완산고 박제원 교사는 “어제와 오늘 SNS를 통해 의사를 묻고 받아서 급하게 선언을 발표한 것은, 처음에 작은 불씨가 됨으로써 이 지역에 있는 많은 교사들에게 조그마한 울림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교육과 아이들, 더 나아가 삶의 질과 관련된 문제”라며 “우리는 전북 전체 교사의 1%를 갓 넘은 사람들이지만 나머지 99%의 사람들이 마음에만 담아두지 말고 우리처럼 나서서 자신의 입장을 자유롭게 표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회견에 함께 참여한 무주 설천중고 문채병 교사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가지고 이념대립이나 보혁갈등으로 몰아가는 것은 매우 온당치 않다”며 “오히려 교육과 학문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학문과 교육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발판이 검인정 제도”라며 “국정교과서 제도는 학문·교육의 자유를 협소화할 뿐 아니라 획일화로 가는 길”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