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암벽등반 동호인들이 고창 선운산에 모인다. 암벽등반이 아니라 청소가 목적이다.
<선운산 로컬클라이머>와 <호남권 락클라이머>, <광주 클라이밍센터 연합회> 등 암벽등반 동호인 80여명은 오는 8일 일요일 전북 고창 선운산에서 ‘선운산 ECO ROCK PROJECT: 선운산 암벽등반지 청소’ 행사를 연다. 지난 6월 21일 1차에 이어 올해 2차로 갖는 행사다.
선운산 암벽등반지 청소 행사는 올해로 4년째 이어지고 있다. 선운산 및 호남권 암벽등반가들이 2012년 11월 11일 처음 시작해 2013년 3회, 2014년 2회, 2015년 1회 꾸준히 이어오는 동안 이제는 전국 각지에서 동호인들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그 동안 전국에서 온 연인원 500여명의 암벽등반가가 청소등반에 참여했다.
이날 행사는 먼저 오전 8시 선운산 도솔재 쉼터에서 개회식을 여는 것으로 시작되며 대전 리드클라이밍짐, 서울 서종국클라이밍센터, 구미클라이밍클럽, 부산 락오딧세이 등 동호인 단체에서 80여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참가자들은 이어 오전 9시부터 도솔재 쉼터와 희어재 등산로 주변을 청소하고, 투구바위, 속살바위, 첫사랑바위 등 암벽등반이 이루어지는 바위 주변을 집중적으로 청소할 계획이다. 버려진 쓰레기와 분뇨, 화장지를 청소하고, 바위에 묻은 암벽등반용 초크(chalk)를 닦아내는 등 쾌적하고 흔적을 남기지 않는 등반을 실천하자는 취지다.
또 이날 행사에서는 ‘머문 자리에 흔적 안 남기기’, ‘다른 등반가들과 자연을 존중하기’, ‘정해진 구역에서만 캠핑하기’, ‘자연을 훼손하는 타인의 행동을 방관하지 않기’ 등 9개 실천윤리를 내용으로 하는 <락프로젝트 선언>을 암벽등반 동호인들의 이름으로 채택할 예정이다.
행사 관계자는 “비가 예고됐지만, 등반이 아니라 청소를 위한 자리인 만큼 예정대로 진행하며, 전국의 암벽등반가들이 등반을 잠시 미뤄두고 서로 친밀감을 키우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른 한편으로, 암벽등반 동호인들은 오는 2019년 말까지를 목표로 지난 7월 1일부터 선운산 암벽등반 루트의 확보용 볼트(bolt)를 교체하는 ‘루트 리볼팅’ 작업을 벌이고 있다. 1년에 40개 루트씩 5년에 걸쳐(투구바위/속살바위/문바위/할매바위) 164개의 루트에 볼트 보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고창에는 선운산 도솔재 부근 속살바위와 투구바위, 아산면 할매바위, 도솔암과 천마봉 근처의 100여개의 루트를 합해 270여개의 등반 루트(암벽등반 길)가 있어 암벽등반 동호인들에게는 ‘암벽등반의 메카’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20여년 전에 암벽등반가들이 한 루트당 평균 6~12개씩의 볼트를 설치해 낸 오래된 길들인데다 볼트는 낡고 녹슨 것이 태반이며, 등반 마디 끝에 있는 탑 고리(일명 쌍볼트)와 확보용 쇠줄 또한 낡은 것이어서 사고 위험이 있어왔다. 지난 20여년 동안 탑고리 설치 시스템이 눈에 띄게 발전했다는 점도 암벽등반 동호인들이 리볼팅를 추진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선운산 암벽등반지 청소와 루트 리볼팅 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광주실내암벽 이윤재 대표는 “암벽등반지 청소나 루트 리볼팅은 모두 자연을 청결히 하고 안전하게 등반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스포츠클라이밍 장소 중 하나인 고창에 많은 관광객이 찾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암벽등반가가 전남 월출산 사자봉을 선등하고 있다.)